[영남시론] 디지털세의 도입과 우리의 준비

  •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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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7   |  발행일 2021-11-17 제31면   |  수정 2021-11-1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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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0월3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디지털세 합의안을 추인함으로써 2023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이 확정되었다. 디지털세란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라고 불리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에 부과하는 법인세로 법인이나 서버의 소재지와 관련 없이 매출이 생긴 지역에 세금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세 논의는 법인세의 허점에서 출발한다. 즉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세계 여러 국가에 진출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서 막대한 매출을 얻고도 물리적인 고정사업장이 그 나라에 없다는 이유로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데서 논의가 시작되었다.

EU 법에 따르면 한 회원국에 역내 전체에서 얻는 소득을 신고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들에 유럽지사를 두고 그 나라에만 세금을 내고 있다. 2019년 프랑스가 세율 3%의 디지털세 부과를 공식 발표하였으나, 미국은 자국 기업인 GAFA에 대한 과세를 반대하면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OECD 차원의 지속적 논의를 거쳐 미국도 디지털세 부과논의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바이든 정부는 디지털화와 국제화의 영향이 디지털 서비스 기업뿐 아니라 제조업에도 미친다는 주장을 했고 결국 최종안은 제조업도 과세대상에 포함되었다.

최종 합의문은 2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필라(pillar) 1은 일정 매출액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매출을 올리는 나라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이고 필라 2는 일정 매출액 이상의 글로벌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필라 1에서는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이 200억유로(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은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 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국에 납부해야 한다. 필라 2는 연결매출액이 7억5천만유로(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2022년까지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 모델 규칙, 이행체계 등이 개발될 예정이며, 각국의 법령 개정, 의회 비준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 합의문이 시행될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매출은 발생하지만 과세할 수 없었던 거대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당초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으나, 삼성전자 등이 과세대상으로 포함되면서 불투명하게 되었다. 즉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외 국가에 디지털세를 부담하는 만큼 우리 세수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필라 1에 따라 수천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필라 2에 따라 수천억원의 세수가 늘며 종합적으로는 세수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세의 도입으로 기업들의 조세 회피가 어려워진 장점이 있으나, 기업이 늘어난 비용을 콘텐츠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세 외에도 망 사용료, 데이터세 등 여러 차원에서 소비자와 전통 기업으로부터 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한국으로서는 자칫하면 이러한 비용 부담이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하면서 향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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