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6-3-3-4학제를 개편하자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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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3   |  발행일 2022-01-03 제34면   |  수정 2022-01-03 07:17
윤석열 후보 '학제 개편' 언급
4차산업 시대와 맞지 않아
취직연령 낮춰 노동시간 연장
1년 3학기제 대학 운영 등
교육체계 틀 새롭게 만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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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지난 연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6-3-3-4학제 개편을 언급하였다. 윤 후보는 6-3-3-4학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다며 교육의 대개혁을 위한 초당적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 학제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6-3-3-4학제는 1951년 도입된 제도로 세상의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70여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학제 개편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교육계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성사되지 못했다.

1950년대에만 해도 미국에서 담배 광고의 인기 모델은 의사들이었다. 광고에 등장한 의사들은 담배가 소화기능 개선과 집중력 향상에 좋다며 담배 피우기를 권장했다. 담배의 해악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지금과 얼마나 차이가 큰지를 보여주는 시대적 풍경이다. 디지털 사회의 도래와 함께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지식의 유통기한은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에 의하면 낡아서 쓸모없는(obsolete) 지식(knowledge)인 '옵솔리지(obsoledge)'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세상이 급변하는 시대에 6-3-3-4학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식의 생명주기가 짧아져 대학에서 배운 것이 몇 년 후에는 쓸모가 없어지는 시대가 되니 전공한 공부 하나로 평생직업, 평생직장으로 살아가던 시대는 갔다. 대학 재학 기간 4년은 길다. 평생 공부를 하면서 살아가야 할 학생들을 4년간이나 학교에 붙들어 둘 필요가 없다. 방학으로 일 년의 반이나 대학의 시설을 놀릴 것이 아니라 3학기제를 운영하여 3년 만에 졸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구 절벽에 의한 노동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학제 개편은 필요하다. 인구가 줄어 부족해지는 노동력 문제는 국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인구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인 정책의 문제로 간단하지가 않으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노동시간을 늘려주어야 한다. 학제 개편을 통해 OECD 국가 중 제일 늦은 입직 연령을 낮추어 국민 개개인의 평생 노동시간을 늘려야 한다. 입직 연령을 낮추는 것은 퇴직 연령을 늦추는 것이 아니니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6-3-3-4학제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과정과도 맞지 않다. 아동 발달 수준이 과거와 비교해 현저하게 빨라졌으니 8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앞당겨야 하고, 초·중등학교의 수업 연한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유치원 교육과 어린이집 보육을 하나로 통합하여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운영하는 학제 개편도 이루어져야 한다. 학제 개편은 교사 수급 문제, 특정 학년의 진급 문제와 함께 많은 재원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갈 인재 양성과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 부족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현안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제 개편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학제 개편의 좋은 시기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졌던 지난 2년간이었는데, 정부가 학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좋은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새로운 시대 변화에 걸맞은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국가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6-3-3-4학제에 대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힘 윤 후보가 학제 개편의 불을 질러 놓았으니 정부여당에서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학제 개편 논의에 동참하여 국가교육 체계의 새로운 틀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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