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드리나강의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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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6   |  발행일 2022-01-26 제26면   |  수정 2022-01-26 07:14
코로나 역경 처한 소상공인
피해 가중에 해결 기약없어
일시적 손실보상 지양하고
선진국처럼 파격적 지원해
'팬데믹강' 건널 다리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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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소설 '드리나강의 다리'는 보스니아의 소도시 비셰그라드를 배경으로 한다. 이보 안드리치가 1945년에 쓴 이 소설은 다리가 처음 건설된 1566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으로 다리가 폭파될 때까지 4세기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옛 유고슬라비아가 낳은 대문호는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사이에 놓인 이 다리를 통해 명멸한 국가와 종교적 갈등, 화합의 인간사를 소설에 담아 196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이 다리는 여러 지역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해 주었다.

하지만 강대국들이 침략의 통로로 이용해 약소민족에는 공포로 기억되었고, 종교적인 갈등으로 끝없이 발생하는 대립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이 다리는 마을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놀이터가 되었고, 아낙네들은 강에서 빨래를 하고 물을 길어 아이들을 키웠다. 드리나강의 다리는 지금 소통과 화합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지난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월 경제동향'을 발표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연말 3%의 성장을 예상하면서도 최근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되고 대외 여건변화로 경기가 나빠질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도 대외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차질, 미국의 통화 긴축 우려 등 다수의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소비 관련 경제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 우리는 모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큰 강을 만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초기 대구시민들은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조금만 참으면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은 예상치 못했던 시련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만 하더라도 2년 동안 일어난 일상의 변화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중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심리적 공포감으로 인해 다가오는 설날에 가족조차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상황이 길어지면서 소비 형태가 크게 변했고 소상공인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뿐만 아니라 비대면의 확산으로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언제 해소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1일 방역조치 연장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회복 지원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11조5천억원을 마련했다. 업체별 지원금액은 300만원이며 지원 대상은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소기업 약 320만개다.

팬데믹 현상은 업종별로 명암이 확연하게 나누어진다. 비대면의 일상화로 활황을 맞이한 대기업도 있지만,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소상공인은 팬데믹에 의한 양극화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일시적 손실보상으로 역경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선진국들은 이미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보상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소상공인지원제도(PPP)를 통해 지난해 영세 자영업자 357만명에게 평균 1만7천달러를 주었다. 독일은 영업중단 자영업자에게 최대 5만유로를 보상했다. 팬데믹의 강은 고통과 갈등을 안고 깊게 흐르고 있다. 재정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올해에는 선진국처럼 파격적인 소상공인 지원책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드리나강의 다리'처럼 갈등을 치유하는 공공선의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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