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악성 불로소득의 차단·환수는 국가의 책무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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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4   |  발행일 2022-02-04 제22면   |  수정 2022-02-04 07:16
19C 사회개혁가 헨리 조지
"富는 자연에 노동 가한 결과"
일부 계층 '노력의 대가' 운운
땀·비용 없이 얻는 불로소득
제도·법률 바로잡아 방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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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19세기 최고의 사회개혁가로 불리는 헨리 조지는 자신의 저서 '사회문제의 경제학'에서 모든 사람을 노동자, 거지, 도둑으로 구분한 영국 작가의 견해를 소개한다. 조지는 그 분류가 자존심 강한 상류층과 부유층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옳다고 말한다. 부(富)란 인간이 자연에 노동을 가할 때만 얻어지므로, 개인이 부를 획득하는 경로는 노동, 타인의 증여, 절도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동하는 사람이 부를 쥐꼬리만큼 획득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가 만든 생산물을 너무 많이 가져가기 때문이며, 노동하지 않는 사람이 부를 얻는 것은 생산한 다른 누군가의 자비나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땀을 흘리고 비용을 지불하는 일 없이 얻는 부를 흔히 불로소득이라고 부른다. 다른 누군가가 선한 뜻으로 자신이 만든 부를 넘겨줄 때도 불로소득이 생기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가난한 사람에게 불로소득을 가져다주는 자선과 복지는 공동체성과 사회적 안정성을 견고히 하므로 바람직하다고 해야 한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가로채서 얻는 불로소득이다. 이런 불로소득은 폭력이나 사기를 동원해 얻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잘못 만들어진 제도와 법률을 활용해 획득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와 법률이 특정 계층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경우나 허점이 있어서 일부 계층이 악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불로소득 취득자는 민첩하게 행동한 데 따르는 대가를 얻는다고 여기겠지만, 인간이 자연에 노동을 가하는 것 이외에 부의 창출 경로가 없음을 고려하면 생산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그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 여기서 생산자란 노동자만이 아니라 자본을 투입해 노동과정을 돕는 사람도 포함한다.

창조주가 인류에게 맡긴 토지, 자연자원, 환경을 개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거기서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위치가 좋은 땅을 차지하고 그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생각해보라. 자연자원 채굴권을 거의 무상으로 확보한 다음 그로부터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어떤가. 그들은 자연에 노동을 가하는 일에 일 분일초를 쓰지 않고서도 생산자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소득을 얻는다. 이들이 아무리 '노력의 대가' 운운하며 자신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역설하더라도, 작업장에서 온종일 땀을 흘리는 노동자와 주말도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의 노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런 시각에서 주위를 살펴보라. 불로소득 때문에 엄청난 부를 누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기업 임원이 받는 천문학적 연봉이나 의사·변호사 등 특정 직업 종사자들이 누리는 과잉 소득은 어떤가. 그 소득을 모두 능력과 노력의 대가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주식시장, 외환시장, 가상화폐 시장, 그리고 도박장에서도 불로소득은 발생한다. 이런 곳에서는 불로소득을 얻는 자가 있으면 손해를 보는 자도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서, 자연에 노동을 가하는 사람이 만드는 부가 불로소득의 원천임을 입증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참여했으므로 불로소득이 발생하더라도 부당하다고 하기 어렵다. 반면 토지 등의 천부자원, 시장 지배력, 학벌 특권을 두고 벌이는 '불로소득 게임'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끌려 들어간다. 무책손실(無責損失)을 당하는 것이다. 제도와 법률을 바로잡아 이런 악성 불로소득을 방지하거나 환수하는 일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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