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다빈치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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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7   |  발행일 2022-02-07 제27면   |  수정 2022-02-07 07:17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구나." 503년 전인 1519년 5월2일 세상을 떠난 예술계의 거장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임종 때 남긴 말이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손꼽히는 그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빛나는 작품을 남겨 '예술의 마법사'로 불린다. 걸작을 남긴 대가도 죽을 때 이렇듯 처연하게 자신의 삶을 반성했다니 새삼 경이롭다. 그는 혜안 가득한 명언을 여러 개 남겼다. 그중에서 금과옥조처럼 와 닿는 표현이 적지 않다. '침묵만큼 권위를 강화하는 것은 없다' '정신의 활력은 쓰지 않으면 무기력해진다. 쇠는 쓰지 않으면 녹슬고, 물은 고여 있으면 맑음을 잃듯이-' '지식은 적용하지 않으면 불충분하고, 의도는 실행하지 않으면 불충분하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보려는 사람들, 보여주면 보는 사람들, 그래도 안보는 사람들' 이런 촌철살인의 표현에 눈길이 간다. 다빈치는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의 총애를 얻어 로마를 떠나 프랑스에서 노년을 보낸다. 중풍에 걸려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되자 왼팔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학실험과 해부학 연구를 지속했다. 그는 증기기관에서 항공기까지 설계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계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도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원로 방송인 최불암의 몇 년 전 고백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장수 프로그램을 수년간 진행했다. 그는 "사람들은 나보고 '좋은 거 다 먹고 다닌다'라며 부러워하지만 정작 괴로운 것은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평균 4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허리 병이 생겼고, 먹기는 많이 먹는데 운동할 시간이 없어 배만 나온다고 했다. 그는 또 "카메라가 쳐다보는데 음식에 MSG를 쓸 사람은 없다"면서 "음식에는 그게 좀 들어가야 맛있는데 조미료가 하나도 안 들어가거나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고 애쓰는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얘기였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이면의 실상은 다르다. 그게 우리네 삶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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