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캠퍼스에서 길을 묻다

  •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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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8   |  발행일 2022-03-08 제23면   |  수정 2022-03-0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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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 총장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봄이 오기를 기다렸던 성급한 목련나무는 기지개를 켜고 꽃을 피운다. 곧 캠퍼스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집무실에서 잠시 짬을 내어 캠퍼스로 눈을 돌려본다. 캠퍼스에는 갓 입학한 신입생들의 앳된 모습과 재학생들의 발걸음이 가득하다. 코로나 펜데믹은 여전하지만 그들의 발걸음 속에서 청춘(靑春)의 활력이 느껴진다.

청춘들의 활력만큼 지역사회와 지역대학도 활기찬 행보를 걸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주어진 환경은 녹록지 않다. 수도권으로 모든 경제적·정치적 자원이 집중되면서 지역은 점차 쇠퇴해가고 있다. 지역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경제의 활력 저하와 지역대학의 위기로 이어진다. 수도권으로의 집중과 지역의 쇠퇴는 다가올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눈앞의 현실이다.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역대학의 재정과 빈약한 자원을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역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조차도 상대평가 체계 속에서 이뤄지면서 장기적 재정계획을 수립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사회와 국가는 지역대학에게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은 이제 단순한 교육기관의 의미를 넘어서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알려진 UC 버클리, UCLA, 칼텍, 스탠퍼드 대학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4년제 연구중심대학을 지역 차원에서 지원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켰다. 주정부와 지역사회, 대학, 기업, 지역주민이 모두 협력하여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생태계를 구축한 결과다.

지역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활성화된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청년들에게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도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의 변화와 발전이 대학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지역기업, 지역 사회단체, 지역주민 등 지역의 모든 주체가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 공유와 협력이 지역대학과 지역사회가 살길이다.

경북대는 지난 2월 부산대, 전남대, 한양대와 함께 4개 대학이 각자 보유한 기술을 공유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기술혁신대학공유' MOU를 체결했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대학 간 서로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인적·물적 자원 교류를 넘어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의 교류와 사업화 수익까지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의 설립, 공동 펀드(joint fund)의 결성, 글로벌 기술사업화센터의 설립 등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공유의 틀을 모색했다.

또한 교육부의 대형 재정지원사업인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사업' 유치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RIS사업은 지자체와 대학, 지역기업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지역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지역혁신을 도모하는 사업으로서 지역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대, 대구시, 경북도, 유관기관 등 15개 기관 간 협약, 지역 내 23개 대학 간 협약도 체결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 새내기들의 힘찬 발걸음이 학업을 마치고 지역사회에 나가는 순간에도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성원과 더불어 지역발전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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