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미래는 제 속도에 올 수 있도록

  • 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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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9   |  발행일 2022-03-29 제22면   |  수정 2022-03-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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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우리가 잘 아는 식목일은 4월5일이다. 24절기 중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있는 4월은 하늘이 맑아지고 봄비가 자주 내려 묘목이 잘 자라기에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온난화 식목일이라는 걸 들어본 적 있을까. 3월24일은 13회째 맞는 온난화 식목일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중요한 탄소흡수원인 나무 심기를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서울환경연합이 시작한 행사다.

통상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기온은 땅이 녹은 직후인 6.5℃. 그런데 최근 10년간 식목일의 서울 온도는 평균 10.6℃로 4℃ 이상 상승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은 식목 행사를 2월 말부터 3월로 앞당겨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2007년부터 식목일을 앞당기는 방안을 몇 차례 검토했지만 식목일의 역사성과 상징성, 국민인식조사 결과 등으로 무산된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식목일의 땅속 온도 또한 식목일이 제정된 1940년대보다 3.7~4.9℃ 상승했다고 한다. 이는 각종 작물의 재배 시기를 앞당기고 재배 지역을 바꾸며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온 상승은 땅속뿐 아니라 해양 온도에도 영향을 미쳐 이제 한국 바다에는 열대어가 살게 됐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후변화가 나무 심는 시기만 앞당기는 것이 아니듯 여러 종의 수명을 앞당겨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잦아진 대형 산불과 가뭄, 최근 꿀벌 집단 실종 등 결국 인류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는 원인은 모두 기후변화다. 포근해진 바람과 돋아나는 새순들, 각양각색 꽃들로 들뜨는 봄이지만 기승을 부리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공장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느라 더 바쁘게 돌아가고 청명한 하늘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암울한 전망으로 가득 찬 시대, 낙담만 하고 싶지는 않다. 위기를 인식하고 지구와 지구의 생명체들을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용품 및 로컬 푸드 등을 소분 판매함으로써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가게가 하나둘 생겨나고 이용하는 것은 그 일환일 것이다.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비건 음식점과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환경 파괴에 일조했던 일상의 습관들을 돌아보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게끔 한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마트처럼 동네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으며, 더 저렴하고 편리한 방식의 소비가 당연한 것처럼 보이도록 세상은 흘러왔다. 기업에서 포장재를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등 시민의 공감과 구체적인 실천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정부의 관련 규제 및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

3월25일부터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고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됐다. 국가와 개개인은 기후위기를 이 시대 당면한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필(必)환경을 실천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세계 수백만의 학생들이 각국 정상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향해 있다.' 기성세대인 우리가 그들의 미래를 앞당겨 썼다. 우리는 그들의 외침을 무겁고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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