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과 빛이 만나 전세계에 우리미술 알린다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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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7   |  발행일 2022-05-17 제14면   |  수정 2022-05-17 07:53
'먹의 추상서예가' 노상동과 '빛의 작가' 안종연 展
소헌 김만호선생 기린 소헌미술관서 세계투어 전시 스타트
공중에서 그은 획…다양한 매체 활용한 '생명의 근원'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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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동 작·안종연 '빛과 소금'.(사진 왼쪽부터)

먹(墨)과 빛(光)이 만났다. 먹에는 빛이 아른거리고, 빛에서는 먹 맛이 스며 있다.

'먹의 추상서예가' 노상동과 '빛의 작가'로 통하는 현대미술가 안종연의 2인 작품전 '먹과 빛'展이 22일까지 소헌미술관에서 열린다. 먹과 빛이라는 극히 상반된 현상에서 공통적인 접점을 찾아보는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50여 년간 치열하게 작업해 온 두 작가가 '먹과 빛'을 주제로 한 전시로 우리 미술을 세계에 알리자는데 뜻을 같이하면서 시작됐다. "음악은 K팝이 있지만, 미술은 우리 정신을 외국에 알리는 기획이 많지 않다. 이제 우리 미술을 세계에 알릴 때가 됐다"는 것이 두 작가의 생각이다. 전 세계 전시 투어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전시의 첫 출발지가 근·현대 한국 서예계 거목 소헌 김만호 선생을 기린 소헌미술관이다.

노상동 작가는 "안종연 작가와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먹과 빛을 서로 연결하는 커넥션(connection) 전시라는 것이 주요 포인트"라면서 "소헌 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면서 이어가는 의미로 소헌미술관에서 전시의 포문을 열게 됐다"고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1952년 울진에서 태어난 노상동은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유교경전학을 전공했고 물파회 활동을 하면서 서예에 담긴 정신과 현대미술과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논 터치(Non-touch)'다. 붓이 종이에 닿지 않고 공중에서만 획을 그어 완성한 작품이다.

노상동은 "'一(한 일)'자를 긋고 '글씨나 풍경'을 더한다. 공중에서 획을 긋는 작업은 속도와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동양 예술의 핵심은 기세"라고 말했다. 이어 "형태를 모호하게 하면서 먹에 더 가까이 가게 했다. 형상이 없으면 색이 존재하지 않고 물질이 없으면 정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형상을 막으면 본질이 못 나오지만, 형상을 못 알아보게 숨기면 먹을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빛의 작가' 안종연은 다양한 매체로 빛을 표현하는 전방위 작가다.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 30대 초반에 파리에서, 중반 이후 뉴욕에서 공부하고 40여년간 생명의 근원인 빛에 매료돼, 캔버스를 필두로 나무와 스테인리스 슈퍼 미러, 동, 유리 등에 빛을 표현해 왔다. 표현 방식도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공공미술 등으로 다양하다. 스테인리스 슈퍼 미러를 활용해 폭포를 보여주고, 유리 구슬을 통해 우주를 표현하면서 인간은 큰 우주 속의 한 점에 불과하지만 큰 우주 속 우주가 인간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색다른 재료와 다양한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그의 작업에는 늘 '새로움'이 가득하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선보였던 안종연의 작품을 전시 공간에 맞게 다양하게 구성해 선보인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의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안 작가는 박범신의 소설을 시각언어로 형상화한 '시간의 주름'전(2010)과 한류 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아부다비 초대전인 '빛의 날개'전(2013)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컬래버레이션(협업)해 교보빌딩의 천장조형물 '좌화취월'을 제작하기도 했다.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의 '광풍제월'과 영월군 동강생태공원에 설치한 '수광영월'도 안종연의 공공미술 대표작이다.

안종연은 "컬러는 탁하다. 탁하지 않은 빛 컬러를 추구한다. 또한 작품은 매번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방식을 탐구한다"면서 "소헌 선생의 뜻이 담긴 소헌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게 돼 더욱 의미 있고 개인적으로도 기쁘다"고 전했다. (053)751-8089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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