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대구 산업혁신의 두 가지 딜레마

  •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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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0   |  발행일 2022-05-20 제22면   |  수정 2022-05-20 07:13
성공적인 최고경영자는
기존의 기술 역량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 시장 개발해야
소규모 프로젝트 조직 활용
'양손잡이 리더십'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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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업 (객원논설위원)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작년 8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친환경차(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11월에는 후속조치로 연방정부 차원의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전동화에 따라 국내 내연기관 부품기업이 2019년 2천815곳에서 2030년 1천970곳으로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엔진부품 및 전기·전자장비 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는 국내 100대 부품사 중 13개사가 소재하고 있고, 자동차 부품산업의 지역 산업 부가가치 비중이 20%나 차지하는 주력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위 '전환압력'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

지역 부가가치 비중의 5% 이상 차지하는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어떠한 산업보다 극심한 타격이 예상되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봄철 성수기지만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요구로 건설사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 외부변수의 영향이 너무 커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건설사들의 당면 관심사는 업종다각화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지역 산업의 토대가 혁신의 바람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필름시장을 지배했던 코닥은 자신들의 주력인 필름의 품질개선에만 매진한 나머지 시장의 변화 시그널, 즉 기술의 족보가 전혀 다른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스스로 파멸을 초래했다. 바로 여기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혁신기업의 딜레마'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코닥이 혁신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분야에서 탄생하여 낮은 성능으로 바닥을 기다가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폭발적인 기술혁신으로 기존시장을 초토화 시켜버리는 '파괴적 혁신'의 결과일 뿐이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자동차 부품산업과 상황이 흡사하다, 아직은 배터리 기술의 수준이 주행거리 기준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는 못 되지만 급속한 발전과 단가의 하락으로 매년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내연기관과 비슷한 가격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 정도면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파괴적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기술 기반의 성장과 과거를 털어내는 혁신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보면 지역 건설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과거 기업을 일으켰던 핵심역량과 미래 또 한 번의 도약을 책임질 기술혁신을 동시에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성공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기존의 기술과 역량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차별적으로 재구성하고 산업의 칸막이를 뚫는 새로운 혁신과 시장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핵심 사업을 포기하거나 집중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서 소규모 프로젝트조직을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이를 '양손잡이 리더십(Ambidexterity)'이라 부른다.

변화의 바람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두 번째 혁신의 딜레마는 기술사업화 문제다.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들의 사업화 성공률은 48% 정도로 일본과 미국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사업화 성공 이후 3년간 매출실적을 따져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면 결과는 아마도 더욱 참혹할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시대를 대비하여 기술개발을 서둘렀던 한 부품기업의 경험은 의미심장하다. 분투노력하여 연구개발에 성공해도 완성차업체가 수용할 기술의 신뢰도 확보 혹은 인증 문제와 양산체제 구축에 따른 재원 부족은 중소기업을 절망하게 만든다. 그래서 구동 모터, 배터리 양극재, 충전기 등의 사업화에 성공한 우리 기업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것이다.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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