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대구문화 아카이브 (33) 김소라] 대구 무용 활성화 기여...매년 작품발표회 열며 韓 대표 현대무용가로 이름 알려…코파나스상·교육자상 등 수상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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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3   |  발행일 2022-05-23 제20면   |  수정 2022-05-23 07:59
'소라댄스앙상블' 등 제자들로 구성된 무용단체 결성해 중앙무대와도 활발히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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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1957~2010)는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주옥같은 작품들을 많이 남긴 현대무용가다. 그는 이화여대 무용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뉴욕 마사그램 스쿨, 페리댄스 센터, 뤼지재즈센터에서 수학했다. 이후 2002년에는 파리 에꼴 피터코스 스튜디오, 하모닉에서 현대 무용을 연구했다. 또 1983년부터 2010년까지는 대구가톨릭대 무용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소라 댄스앙상블' '시리우스' 등 무용 단체를 만들어 대구지역 무용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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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못 마루 풍경'에 출연한 김소라. 못 마루 풍경은 '담담한 파스텔 컬러 그림 같은 춤'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영남일보 DB

◆남성 무용가 '김상규'와 무용가 '최원경'의 딸

김소라는 대구 1세대 남성 무용가이자 한국 현대 무용의 선구자인 '김상규'와 원로 무용가 '최원경'의 딸로 태어났다.

김소라의 아버지 김상규는 현대무용의 개념을 정립하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친 무용가다. 또 전국 최초의 국공립현대무용단 대구시립무용단 창단에도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어머니 최원경은 김상규와의 인연으로 춤을 시작했다.

김소라는 2003년 3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에는 춤이 멋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춤 때문에 매일 늦게 오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친척 집을 전전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무용가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멋진 파일럿이나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면서 "고1 때쯤 한 번도 춤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머니가 대학 진학을 무용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결국 부모님에게 받은 피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최원경은 딸 김소라의 재능에 대해 "춤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음악에 맞춰 춤추는 딸의 모습에 놀랐고 무엇보다 기발한 몸짓이 많았다"고 했다.

어머니 최원경의 전폭적인 후원은 김소라를 무용가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혼 후 육아 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최원경은 딸을 가르치기 위해 안동에서 처음으로 현대무용학원을 열었다. 이후 김소라의 공연 때마다 의상 디자인, 무용 연출 등을 도맡아 적극적으로 딸을 도왔다.

김소라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작품도 다수 발표했다. 1992년 12월에는 '사모곡'을 통해 어머니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00년에는 '못 마루 풍경'을 발표해 어머니에게 헌정했다. 못 마루 풍경은 예술가의 꿈을 가진 한 아이(김소라)가 엄마(최원경)와 함께 못가로 소풍을 나갔다 못 마루 풍경 그림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소라는 작품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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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김소라의 공연 모습. 김소라는 매년 작품발표회를 열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가로 이름을 알렸다.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이인석 기증 자료 중>

◆매년 발표회 등 활발했던 작품 활동

1980년대는 '한국 춤의 르네상스'로 불렸다. 김소라는 매년 작품발표회를 여는 등 꾸준한 활동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무용가로 이름을 알렸다.

김소라의 첫 발표회는 서울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선보인 작품은 '연' '저문날 허공에서' 등이다. 김소라 특유의 감각과 테크닉이 잘 녹아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故) 김영태 평론가는 "좋은 토양과 알맞은 온도에서 잘 피어난 아름다운 난처럼 모든 조화가 잘 이뤄진 휼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에도 김소라의 작품활동은 꾸준히 이어졌다. 당시 그의 대표 안무작은 '적멸의 새'(1990), '클로드 볼링에 의한 무브먼트 환타지'(1990), '세 개의 나'(1992), '밤기차'(1992), '타악을 위한 움직임의 변주'(1992), '사모곡'(1992·1993), '첼로 트리오에 의한 다섯 개의 춤'(1993), '적색시대'(1995), '일곱 빛깔의 념'(1998), '사계'(1998), '희생'(1999) 등이다.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며 그는 대구가톨릭대 무용과 전임 교수가 된다. 이후 '소라댄스앙상블' '시리우스' 등 제자들로 구성된 동문 단체를 결성한다. 지방에서 교육과 창작을 해야 하는 조건 속에서도 서울 등 중앙무대와 활발히 교류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2000년대도 김소라의 작품활동은 계속됐다. 대표작으로는 '겨울새'(2000), '못 마루 풍경'(2000), '하늘춤'(2001), '리듬을 타고'(2001), '봄바람에 안긴 한반도'(2003), '파장'(2003), '여정'(2004) 등이 있다. 정순영 무용평론가는 "못 마루 풍경은 담담한 파스텔 컬러 그림 같은 춤이었다"면서 "김소라는 교수직에 안주하지 않고 나다움의 심상적 작품을 발표하면서 출연까지 한 현역 춤 작가라는 점에서 그의 춤을 항시 주목하게 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들을 인정받아 김소라는 1992년 금복문화재단의 '금복문화예술상', 2000년 한국현대무용협회 '코파나스상' 등을 수상했다. 또 2007년에는 한국현대무용협회의 '무용교육자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2010년 8월1일 지병 악화로 53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2011년에는 대구가톨릭대에서 현대 무용 분야의 연구 및 작품활동, 각종 자문 및 평가 활동 등 현대무용 활성화와 무용 예술에 크게 기여한 그에게 '국무총리 표창'을 추서해 업적을 기렸다.

▨참고문헌: 대구춤 60년사, 대구문화재단 웹진 '대문'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공동기획 :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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