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2022 세계가스총회'의 첫 모두연설자로 나섰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이 중요하다"면서 "선진국의 탄소중립 관련 투자 확대와 선진국과 개도국간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인류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단 하나의 해결책으로 '탄소중립'을 꼽았다. 산업화 이후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된 탓에 유례없는 기온 및 해수면 상승이 있었고, 이후 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든 것은 물론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완성이 2050년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최근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탄소배출이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세계의 기온은 이미 1도 이상 올랐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반 전 총장은 "이대로 간다면 세계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 거버넌스(공공경영) 구축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 및 집행 강화 △탄소중립 중간단계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 활용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 활용 등을 꼽았다.
기후 거버넌스 구축과 관련해선 각국의 탄소 중립 관련 법률 제정이 필요하며, '탄소가격 책정' 등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술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와 집행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대응 투자금을 현재보다 3~6배로 끌어올려야 한다. 국제사회가 명확한 신호를 각국에 보낸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충분한 자본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가 '탄소제로 시대'를 열기까지 적합한 에너지원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천연가스가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은 석유나 석탄보다 훨씬 적다. 특히 천연가스는 기존 석탄과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특히 발전 부문에서 천연가스가 많이 사용되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CCUS가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했다. 대부분의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질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산업 부흥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CCUS라는 것. 특히 CCUS로 감축된 탄소에 대한 가격책정이 적절히 이뤄진다면 결과적으로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천연가스는 생산 과정에서 수소까지 생산할 수 있어 수소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세계의 관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다자주의'가 중요하다. 강력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와 경제 등 모든 부문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반 전 총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 구성원의 적극적인 행동이야말로 탄소 중립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에너지 산업은 탄소 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세계가스총회 참석자들의 혜안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고 탄소중립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자 탄소 중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도덕적 책무다. 여러분들의 적극적 행동이 있을 때 탄소 중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