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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최근 대구 수성구청으로부터 4년 전 받은 '도로법 위반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 |
부동산 거래 이후 한참 지난 시점에 영문도 모를 수십만 원의 과태료 통지서가 받은 대구 수성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A(55)씨는 최근 수성구청으로부터 4년여 전 일에 대한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이유는 '도로법 위반'이다. 도로점용 권리·의무 승계 신고를 1개월 이내에 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 무려 50만 원의 과태료이지만 기한 내 자진납부하는 경우엔 20만 원까지 감경되도록 한 내용이었다. A씨는 2017년 11월 수성구 만촌동 부동산을 매수하고 2018년 4월에 도로점용 권리·의무를 승계했는데, 이 사실을 관청에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는 게 과태료 부과의 이유다.
A씨는 "고지서를 받기 전까지는 이런 신고 의무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구청으로부터 안내도 못 받았다"며 "불법주차로 과태료를 내게 되면 적어도 어떤 걸 잘못했는지 알기나 하지, 법 위반 사실도 몰랐는데 4~5년이 지난 시점에 소액도 아닌 과태료를 내라고 하는 상황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수성구청은 A씨를 비롯해 124명에게 이 같은 통지서를 발송한 상황이다.
수성구청은 대구시 감사에 의한 조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과태료와 관련한 대구시 감사가 있었고, 이 결과에 따라 올해 초에 2018~2021년 기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은 건에 대해 일괄적으로 부과하라는 시정조치가 있었다는 것. 일선 구청들은 감사 결과에 대해 재심의 요청을 했지만 반려됐다.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도로법의 상세한 부분까지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대다수이긴 하다"면서도 "27일까지 부과 대상자들의 의견 제출은 받고 있지만, '신고 의무를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수용해줄 순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이 '셀프 신고'를 해야 과태료를 면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행정기관은 사인 간 부동산 거래에 대해 행정기관이 제 때 파악해 신고 의무를 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1년에 한 차례씩 우편으로 정기분 도로점용료 고지서를 보낼 때, 이 우편을 발송 받은 당사자가 '이미 부동산을 팔았는데 고지서를 왜 보내냐'며 항의할 때에서야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정기분 도로점용료를 부과하기 1개월 안에 부동산 거래가 이뤄져 구·군청으로부터 승계 신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전달 받은 경우 등이 아니라면 과태료 부과를 사실상 면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 A씨는 과태료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인 도로법 제106조 제2항이 같은 조 5항의 내용과 상충 된다는 점도 주장하고 나섰다.
제2항은 '권리나 의무를 승계한 자는 1개월 내에 도로관리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5항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자가 점용의 목적이 되는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는 해당 도로점용허가에 따른 권리·의무도 함께 양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즉 5항에 따라 이미 권리·의무를 양도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신고할 의무까지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양수인이 부동산을 매수하면 점용허가에 대한 부분도 자동으로 넘어온다는 의미다. 즉, 권리·의무를 획득함으로써 신고 의무도 생기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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