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의 체 게바라' 탄케 "한국민주주의 운동에는 스피릿이 있었다" 2·28운동 등 언급

  • 서민지,윤관식,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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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5 19:50  |  수정 2022-05-26 08:49  |  발행일 2022-05-26

버마의 체 게바라 탄케 한국민주주의 운동에는 스피릿이 있었다 2·28운동 등 언급
탄케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이 25일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 학술회의실에서 열린 경북대 인문학술원 제10차 인문포럼 버마의 민주화운동과 '버마학생민주전선'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지난해 2월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참패한 군부는 근거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다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국민은 곧바로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하는 등 맞섰지만 군부는 무차별 폭력과 발포로 시위대를 짓밟았다. 우리 국민은 미얀마 국민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냈다.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오늘의 미얀마'에서 '과거의 우리' 모습을 본 탓이다. 특히 대구시민들 다수는 미얀마의 모습에서 '1960년의 대구'를 보고, 군부에 피 흘리며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에 힘을 실었다. 당시 대구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인 2·2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1년 3개월이 흐른 25일, 버마의 '체 게바라' 탄케가 대구를 찾았다. 그는 이날 경북대 강연에서 "1988년 8888항쟁 때도 학생과 시민이 주체가 돼 항쟁을 시작했는데, 한 세대가 지나고 30여 년이 흐른 2021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며 "다만 그땐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면 지금은 1년 반 정도 항쟁이 이어지고 있다. 또 88년엔 통신수단이 발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버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 분쟁의 원인에 대해 진단하던 그는 군사정권과 대치하는 여러 그룹들이 최종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등 힘든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쿠데타 이후 사망자는 1천850여 명이고, 체포된 인원은 1만3천759명에 이르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탄케 의장은 "1962년, 1988년, 2021년은 버마에서 항쟁이 일어난 해다. 모두 시대는 다르지만 목적은 인권과 자유의 쟁취였다"고 언급한 뒤 한국 민주화운동사가 적힌 역사책을 꺼냈다. 그는 "광주 등지에서 민주주의의 '스피릿'(정신·spirit)이 있었다. 매우 감명 깊게 봤다"며 "버마에선 학생들이 주도하는 것이 상당히 많다. 1988년 항쟁 당시 나는 22세의 젊은 나이였지만 이젠 56세다. 그러나 아직도 학생의 '스피릿'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이끌고 있다. 항상 배우고 싶다"고 했다.

 

버마의 체 게바라 탄케 한국민주주의 운동에는 스피릿이 있었다 2·28운동 등 언급
탄케(앞줄 오른쪽 다섯째)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이 25일 오후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에서 열린 '버마의 민주화운동과 버마학생민주전선' 강연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탄탄대로'의 인생이 펼쳐질 수 있을 의과대학 졸업을 마다하고 민주화전선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그는 "미얀마 사람에게도 같은 말을 많이 듣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깊고 이를 이끄는 학생조직에도 애착이 있다. 이제는 취미, 관심사도 바뀌었다"고 했다. 탄케 의장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발원지인 대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2·28민주화운동이 대구에서 일어났지만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얀마 양곤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고 해도 양곤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기획한 경북대 인문학술원장 윤재석 교수는 "역사 전공자들은 가끔 역사가 인간의 자유 의지가 실현되는 방향으로, 일직선상으로 진보·발전한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며 "우리는 이를 광주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버마에서 봤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길게 보면 발전하는 과정에서의 하나의 진통이다. 버마가 겪는 민주화 과정에서의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소통하며 연대를 맺는 것이 동시대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생들은 피동적으로 삶을 살지만, 학생들이 산 현장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개체라는 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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