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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 기조발표(Plenary)에서 메탄 배출의 감소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 제공) |
'가스 기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지난 23~27일 대구에서 열린 '제28회 세계가스총회'를 통해 대구는 명실상부한 '에너지 도시'의 위상을 다지게 됐다. 세계의 주요 에너지 기업 및 종사자와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대구에서 인류의 미래 에너지 비전을 공유해서다. 특히 이번 세계가스총회는 천연가스 중심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행사를 넘어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탄소 중립'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사회로 넘어가는 에너지 전환기의 천연가스의 역할과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세부 실천과제로 천연가스의 효율적 사용은 물론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기술 확보를 통한 탄소배출 감소 △에너지 믹스(신재생에너지 확대) 시대를 대비한 에너지원의 다양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 방안 등이 논의됐다. 탄소중립에 대비하는 지역 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대구 컨벤션 산업 재도약의 신호탄도 쏘아올렸다.
◆대구 도시 브랜드 널리 알려
대구시는 이번 세계가스총회의 성공적 개최로 대구 도시 브랜드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세계가스총회는 1931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워싱턴, 파리, 도쿄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각 나라의 수도 또는 유명도시에서만 열렸다. 한국은 3번의 고배 끝에 2014년 러시아와 노르웨이, 중국과 치열한 경합을 펼쳤고 결국 대구가 유치에 성공했다. '2002 한일월드컵' '2003 하계유니버시아드' '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이 대구의 강점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2004년 세계 솔라시티총회,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2015년 세계물포럼 등 굵직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과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의 문화자산도 대구를 알리는데 한몫했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유교·불교의 중심지이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들이 산재돼 있다. 대구는 2017년 유네스코 지정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됐으며, 전국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 클래식 전문 콘서트홀 등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토대로 대구시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투어와 체험을 제공했으며, 도심 곳곳에서 선보인 문화공연으로 참가자들과 시민에게 호평을 받았다. 대구시가 제공한 '야간 투어'를 통해 83타워, 앞산 전망대 야경과 근대문화골목의 풍경을 접한 외국인들은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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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스연맹(IGU) 관계자들이 가스총회 기간 중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해 오페라 '아이다' 관람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 제공) |
◆가스총회의 긍정적 파급력 눈길
가스총회의 논의 결과가 지역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눈길이 간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동향을 대구에서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어서다. 대구는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있고, 경북은 국내 원자력 발전의 큰 축을 담당한다. 올 초 유럽연합은 친환경 에너지 구별 기준인 '그린 텍소노미'를 통해 원자력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국내 에너지의 정책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대구 주력산업인 자동차 부품산업도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에너지 전환을 피할 수 없다. 총회의 관심사 중 하나인 탄소중립은 경북 주력산업이면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포항의 철강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대구 세계가스총회 개최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 효과 4천499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천944억원, 취업 유발 효과 4천185명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벤션 행사 유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총회 개최를 앞두고 대구의 전시컨벤션 인프라에 대한 많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대구시는 총회 유치조건 충족을 위해 기존 엑스코 외 제2전시장을 건립했다. 총사업비 2천6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4만여㎡(전시면적 1만5천㎡)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전시장 확장으로 향후 '글로벌 톱 티어(일류)'에 속하는 컨벤션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컨벤션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대구시는 이번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지역관광은 물론 에너지 및 컨벤션 산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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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가스총회' 폐막식이 지난 2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시 제공) |
◆지역 수소산업 도약 촉매제 기대
지역 수소산업 발전의 촉매제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한국가스공사가 대구에 있다는 것은 에너지 전환에 큰 장점이다. 가스공사는 '그린뉴딜 창업기업 지원'으로 수소 등 그린 에너지 시대를 선도할 혁신 기업을 발굴 중이다. 또한 지난 12일 대구혁신도시에서는 전국 11개 혁신도시 최초로 수소충전소가 가동되는 등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대구시는 가스공사와 협업해 CCUS 등 지역기업의 기술혁신을 돕고 관련 기술의 개발지원 및 사업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영남대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소마켓인사이트(H2MI)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H2MI는 글로벌 수소시장 동향과 전망, 국내외 수소경제 정책과 산업을 소개하는 수소 분야 전문 콘퍼런스다. 영남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0년 에너지 인력양성사업 수행기관'에도 선정돼 수소 생산, 운송 및 저장, 활용 등 관련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진 석·박사급 융복합 인력을 양성 중이다. 영남대 대학원생들은 수소 제조에 필수적인 촉매를 합성하는 연구로 저명 국제 학술지에 오르기도 했다.
산업부문에도 수소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지난 17일 유연탄을 주로 사용하는 대구 염색산단을 수소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탄소중립 산업단지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시는 국비 4천억원과 민자 5천600억원, 시비 400억원 등 모두 1조원을 투입해 염색산단을 2030년까지 친환경 탄소중립 산업단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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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계가스총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전경. 대구시는 이번 세계가스총회를 통해 글로벌 컨벤션 행사 유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시 제공) |
▲세계 에너지업계 당면과제 논의
가스총회는 전 세계의 중대 현안인 탄소 중립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에너지 빈곤 해소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촉구하는 논의의 장이 됐다. 총회 첫 번째 연설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탄소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를 늦추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은 가스산업 발전을 위해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화 및 탄소 중립의 세 가지 과제 달성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후 위기를 늦출 에너지 신기술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엑손모빌의 피터 클라크 부사장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CCUS 기술과 연계한다면 천연가스 산업 발전을 더 빨리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 E&S 유정준 부회장 역시 CCUS 기술혁신을 시급한 과제로 꼽고, 관련 국제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법이 필요하고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수소 에너지가 필수라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텔루리안의 CEO 옥타비오 시모에스는 저개발국가는 화석연료 의존이 높아, 실현 가능한 에너지 전환 방안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김동욱 부사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3대 전략 중에 '깨끗한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는 수소전기 사슬망과 수소충전소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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