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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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3   |  발행일 2022-06-03 제15면   |  수정 2022-06-03 07:45
"인간관계 성장은 갈등 조율의 과정서 이루어진다"

"불화·혼란 일어나는 것은 정상

더 나은 관계를 위한 필수 요소"

[신간] 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에드 트로닉, 클로디아 M. 골드 지음/정지인 옮김/북하우스/420쪽/1만9천원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은 평화로운 침묵이 아니라 불화의 과정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건강전문의가 밝혀낸 불화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어느 방 안에서 젊은 엄마와 11개월 된 딸이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웃는다. 문득 엄마가 표정을 멈추고 아무 감정도 내보이지 않자 아기는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인다. 엄마가 계속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자 아기는 불안해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다가 결국 울어버린다. 이때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아주자 아기도 함께 환하게 웃는다. 이는 1분30초 동안의 상황으로, 일명 '무표정 실험'이다.

1972년 하버드대에서 이 '무표정 실험'을 하기 전까지 심리학자들은 아기를 엄마가 이끄는 대로 이끌리는 수동적 존재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 실험으로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바라고 요구하도록 이어진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 실험은 성인에게도 적용해 단절과 연결에 대한 감각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근본적인 것인지 밝혀냈다.

두 저자는 인간관계에 대한 지난 50년간의 심리 실험 및 과학적 연구를 집대성해, 관계의 불안과 불화는 건강한 것일 뿐 아니라 성장과 변화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 경험의 질과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관계에서 순간순간 생겨나는 작은 균열들을 수리하는 능력"이라면서 "불화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정상이며, 자기 감각 및 타인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갈등과 불확실성을 기꺼이 맞이함으로써 높아질 수 있는 심리적 힘"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친밀한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도망치고만 싶고 불화를 통제할 수 없을 때 관계를 당장 끊어내야 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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