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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대통령-대중적 인기-암살이 겹쳐지는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의 비극적 데칼코마니에서 평행이론은 더 명징해진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경구에도 평행이론의 함의가 도도히 흐른다. 정권의 명운은 어떨까. 인권을 억압하고 헌정질서를 짓밟은 독재자였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말살한 전범 국가였든 야만 정권은 예외 없이 역사 속에 스러졌다. 평행이론이 유효하다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범 푸틴 역시 패망의 전철을 밟을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반대와 독일의 견제를 뿌리치고 프랑스를 기어이 핵보유국 반열에 올린 샤를 드골 대통령은 "핵무기만이 영원한 차이를 만든다"는 어록을 남겼다. 드골의 핵 개발 명제는 '미국이 파리를 지키려고 뉴욕을 포기할까'였다.(1957년) 드골의 명제에 평행이론을 적용한다면 2022년 한반도 버전은 이렇지 않을까. '미국이 서울을 지키려고 뉴욕과 워싱턴을 포기할까.'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김포공항 이전'이 막판 쟁점으로 불쑥 떠올랐다. 이재명 민주당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후보는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하고 인천 계양, 서울 강서, 경기 김포 등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대 측은 "제주도 가려고 인천까지 가야 하나"며 볼멘소리를 해댔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지난 대선 때도 검토했다가 민주당이 철회한 사안이다. 당연히 중앙정부와 지자체, 국회 논의 과정이 있을 리 없다. 민주당 당내 조율조차 없었으니 이재명 개인의 표심 구애 전략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포공항 이전 이슈가 예사롭지만은 않다. 수도권판 통합공항 이전이어서다. 시민여론을 뭉갰다는 것부터 닮은꼴이다. 대구시민 70%는 대구공항은 존치하고 군공항(K2)만 이전하는 데 동의했다. 권영진 시장은 민의를 외면하고 대구경북통합공항 이전을 밀어붙였다. 서울도 김포공항 존속 여론이 우세하다. 도심공항이란 점, 이전할 경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판박이다. 대구경북통합공항이 건설되면 대구시민 역시 제주로 가기 위해 의성까지 가야 한다. SOC 사업에도 평행이론이 유효할까. 김포공항 이전의 귀착점이 그래서 궁금하다.
대구공항 이전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존치 견해를 굽히지 않는다. 딜레마로 지적된 민항 확장도 해법이 있다고 말한다. 주변 들판을 활용하면 현재 2천700m의 활주로를 3천500m로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활주로를 확장하면 대형기와 중·장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해진다. 공항의 절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군공항을 이전할 경우 남은 부지를 민항 터미널이나 계류장으로 쓸 수 있고, 또 일부 부지는 매각해 군공항 이전 예산으로 충당할 수도 있다.
도심공항은 도시의 훌륭한 인프라 자산이다. 대구공항에서 유럽·미국으로 직항할 수 있다면 대구시민에겐 축복이다. 터키 아타튀르크공항은 이스탄불 중심가에서 15㎞밖에 되지 않아 관광객 유치에 효자 노릇을 한다. 독일 뒤셀도르프 도심공항은 유럽기업 유치의 촉매가 됐다.
문제는 소통이다. 한의학엔 통즉불통(通卽不痛), 통즉불통(痛卽不通)이란 말이 있다. 기혈이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의미다. 김포공항 이전이든 대구경북통합공항 이전이든 시민과 소통한 결과라면 누가 이의를 달까. 일방통행 행정은 늘 잡음과 갈등을 야기한다. 하지만 대구경북통합공항 이전은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통즉불통(痛卽不通)의 후과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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