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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표단이 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국회를 방문,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천 혁신'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와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중진 정진석 의원의 신경전이 당내로 번지는 모양새여서, 여당은 지방선거에 승리하고도 '내홍'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9일에도 이 대표와 정 의원의 '신경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에 대해 "애초에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적시한 내용은 그 자체가 허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측이나 대통령실과 상의 없이 갈 수 없는 일정인데도 유튜브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를 국회 부의장이 했다는 건, 첫째 악의가 있거나 둘째 굉장히 정부에 어두운 상황이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정 의원의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또 정 의원이 혁신위 의견 수렴을 위한 연찬회를 주장한 것을 두고도 "저는 선거 끝나기 2주 전부터 선거가 끝나면 연찬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서 결속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권성동 원내대표가 원내지도부에 일임해달라고 해서 일임하고 우크라이나에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내 어른이라 하면 그런 전후 관계를 파악하고 내지를 수 있는 것인데 이것은 어떻게든 분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금 상황에 자기 정치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론에서 당권싸움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 부의장은 당권 주자가 아니다"라고도 언급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친윤 측에서 조직하고 있는 가칭 '민들레' 모임에 대해 비판하며 견제에 나섰다. 친윤 그룹은 의원모임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의 약자·민들레 씨앗처럼 곳곳에서 민심을 파악해보겠다는 의미)를 발족하기로 하고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이미 공식적 경로로 당정대(당, 정부, 대통령실) 협의체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따로 사조직을 구성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어떤 취지의 모임인지 딱히 와 닿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당내 갈등에 대해 지도부까지 거들며 확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을 저격하며 이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명분이 부족한 충고는, 충고가 아닌 당 지도부 흔들기로 보일 뿐"이라며 "명분이 부족하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자초하고, 당내 분란을 만들게 된다"고 직격했다.
정미경 최고위원 역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한시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도 양측에 (논쟁을) 자제하자고 (이야기를 전달)하자는 정도로 얘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양측 모두 자제해야 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내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이준석 대표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과 14일 의원총회가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의원총회에서는 '공천룰' 등 혁신위에서 다룰 의제와 관련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도 나오면서 갈등이 극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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