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 기자의 '지구촌 산책' .25] 북한 금강산, 기암 절경 병풍삼아 떨어지는 폭포…그 물줄기 담는 구룡연에 또한번 감탄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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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4 07:52  |  수정 2023-01-20 08:12  |  발행일 2022-06-24 제35면
신계사 입구 반갑게 맞아주는 미인송
82m 높이 흰 물줄기 장관 '구룡폭포'
정선·김홍도, 풍광에 반해 작품 남겨
쉽게 갈 수 없는 비무장 지대 해금강
경치 좋아 왕이 3일간 머무른 삼일포
北 끊임없는 핵위협, 남북관계도 악화
금강산 관광 재개의 날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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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구룡폭포.

북한 주민의 형편이 매우 어려운 모양이다. 그들의 삶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북한 정권은 핵 무력 개발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고, 7차 핵실험 강행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북미 간은 물론, 남북 간의 관계도 당연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니 남북 교류 돌파구를 여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 관계가 비교적 좋았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던 때가 생각난다. 다행히 그 시절에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그때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18일부터 2008년 7월11일까지 진행됐고,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사람은 193만4천662명(해로 55만2천998명, 육로 138만1천664명)이었다.

2005년 이맘때쯤 1박2일 일정으로 금강산을 다녀왔다. 육로를 통해 갔다. 당시의 금강산 풍광과 추억을 더듬어본다.

비가 많이 온다는 금강산. 특히 봄·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 맑은 날씨의 금강산을 본다면 그것은 큰 복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쾌청한 날씨여서 아름다운 금강산의 풍광에 흠뻑 빠져드는 복을 누릴 수 있었다.

봄에는 온 새싹과 꽃으로 뒤덮이므로 금강(金剛)산이라 하고, 여름에는 봉우리와 계곡에 녹음이 깔리므로 봉래(蓬萊)산,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들어 풍악(楓嶽)산, 겨울에는 기암들만 앙상한 뼈처럼 드러난다고 해 개골(皆骨)산이라 불렸다. 눈 덮인 봉우리들이 수를 놓아 설봉(雪峯)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꽃도 보이고 녹음도 짙을 만큼 짙어진 봄과 여름 사이의 금강산을 일부만이라도 둘러볼 수 있었다. 구룡연 코스와 해금강·삼일포 코스를 관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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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구룡대 위에서 내려다 본 상팔담. 구룡폭포 위에 있다.
김홍도-구룡연
김홍도 작 '구룡연'

◆구룡연 코스

이 계절의 금강산 계곡은 잘생긴 소나무라서 '미인송'으로 불리는 적송 줄기의 붉은 색과 흰 바위, 옥빛의 맑디맑은 물, 신록의 초록 빛깔이 조화를 이루며 선경을 빚어낸다. 숙소인 금강산호텔에서 차를 타고 외금강 코스의 하나인 구룡연 계곡을 가기 위해 신계사 입구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미인송들이 사열하듯 우리를 맞이했다. 신계사는 남한의 불교 조계종이 2004년 11월 복원한 대웅전 건물 하나만 서 있었다. 복원사업을 위해 남북 공동으로 건물터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신계사는 장안사, 표훈사 등과 함께 금강산 4대 사찰 중 하나다. 신계사 대웅전 앞에 서니, 미인송 숲 위로 멀리 보이는 외금강 봉우리들의 풍광이 장관이었다.

신계사에서 다시 미인송 숲길을 따라 올라가 계곡 입구에 들어서니 우선 맑은 물과 그 빛깔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금강산 물을 보고 옛사람들은 '떨어지면 폭포요, 흐르면 비단 필이라. 흩어지면 백옥이고 모이면 담소이며, 마시면 몸에 좋은 약수로다'라고 읊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갈수록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선경이 펼쳐졌다. 비췻빛 담소(潭沼)와 미인송의 아름다운 자태, 잘생긴 바위들이 어우러지는 곳곳에 폭포들이 상쾌함을 더한다. 숲길을 나와 고개를 들어보니 신록과 미인송이 어우러진 기암 봉우리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 삼은 절경이 펼쳐졌다. 멋진 풍광을 만끽하며 걷다가 고개를 드니, 멀리 82m 높이에서 흰 물줄기가 아름답게 떨어지는 구룡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구룡폭포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 금강산을 찾은 시인묵객들이 작품으로 남긴 대표적 작품 소재였다. 더 가까이 가서 보았다. 폭포 아래에는 폭포가 만들어낸 둥근 못이 인상적이었다. 구룡연(九龍淵)이다.

구룡폭포에서 조금 내려오다 왼쪽으로 800m 정도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큰 바위 위에 오르니 눈앞에 절경이 펼쳐졌다. 구룡대라 불리는 이 전망 바위는 150m의 절벽 위 바위 봉우리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상팔담(上八潭·구룡폭포 위 계곡에 8개의 담소가 연이어 있는 곳)과 눈 앞에 펼쳐지는 세존봉을 비롯한 수백 개의 봉우리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중국의 소동파가 '바라건대 고려국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번 보고 싶다(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라 한 것이 괜히 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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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해금강.

◆해금강·삼일포 코스

금강산은 비로봉(해발 1천639m)을 중심으로 한 내금강, 외금강, 바닷가의 해금강으로 나뉜다. 해금강은 비무장 지대에 있어 북한 사람들도 가기가 힘들다.

바다로 나간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향을 피웠다는 향로봉을 중심으로 30분 정도의 산책코스를 돌아보았다. 그곳 설명을 맡은 북한 여성 '관리원'은 해금강은 해변에 핀 해당화미, 기암 위의 청송미, 푸른 파도의 창파미, 바다 위 기암미, 아름다운 백사장미 등 5합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해금강의 절경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보는 것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해금강에서 금강산호텔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삼일포가 나온다. 옛날 어느 왕이 잠깐 들러 쉬고 가려다 경치가 하도 좋아 3일간 머물렀다 하여 삼일포라 불린다는 곳이다. 옛날에는 바다였으나 지금은 호수로 바뀐 곳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호수 한복판에 와우도라는 작은 섬이 하나 있고, 정자도 하나 있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고, 주변의 높은 전망대에 올라 전경을 감상하며 즐겼다.

이곳에서 여성 관리원의 설명을 듣고 노래를 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삼일포는 봄과 여름에는 보트 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두께 1m가 넘는 얼음이 얼어 스케이트를 타며 즐기곤 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겨울이 되어도 얼음이 30㎝도 얼까 말까 하는 것입네다. 왜 그럴까 생각하고 생각해서 그 원인을 알아냈는데, 바로 남측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여러분들이 염원하는 통일의 열기 때문에 그랬던 것입네다."

그 관리원은 "비로봉에서 해돋이를 보고 내려와 해금강에서 어죽을 먹고, 삼일포에서 보트 놀이를 한 뒤 총석정에서 달맞이를 해야 금강산을 다 즐겼다고 할 수 있습네다"라고 말했다.

북한 말과 남한 말의 차이를 말하며 들려주는 사례도 재미있었다. 애연가는 '담배질꾼', 살 빼는 것은 '몸 깐다', 거스름돈은 '각전', 서명하다는 '수표하다'로 말한다고 했다.

◆정주영의 꿈

금강산관광사업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의 꿈에서 비롯됐다. 그는 자신의 일생 소원이 "내 고향 금강산을 국제관광단지로 만들어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정주영은 금강산 자락 통천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가출하면서 훔친 '아버님의 소 판 돈 70원'을 밑천으로 자전거 수리점부터 시작해 한국의 대표적 자본가가 된 입지전적 실향민이다. 김대중 대통령을 도와 '정주영의 꿈'이 실현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평안북도 위원에서 나고 자란 실향민이다. 이들 실향민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수구초심이 금강산관광을 현실로 만든 원천이었다.

남한의 첫 금강산 관광객 826명을 포함한 1천418명을 태운 현대금강호가 1998년 11월18일 오후 강원도 동해항을 떠나, 14시간여 만인 19일 오전 8시쯤 장전항에 닻을 내렸다. 남북 분단 이후 최대 교류협력사업인 금강산관광의 시작이다.

해로로 시작한 금강산관광은 초반에는 관광객이 적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2003년 9월부터 군사분계선을 가로지르는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34만5천6명에 이르렀고, 그해 10월에는 6만3천명이 금강산을 다녀와 '월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2008년 3월17일부터는 자기 차로 금강산에 다녀올 수 있는 '승용차관광 상품'도 출시됐다.

하지만 2008년 7월11일 이른 아침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장전항 해변을 산책하던 여성 관광객이 인민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강산관광은 중단됐다.

최근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의 시설들을 무단 철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광산관광이 재개될 날이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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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 전문기자

금강산관광 당시 상팔담 위 구룡대 안내를 맡고 있던 여성 안내원에게 누가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자 "지금은 복무 중이라 안 되고, 나중에 좋은 날이 오면 마음 놓고 찍읍시다. 머지않아 그날이 올 것이며, 그때 지겹도록 실컷 찍읍시다"라고 했었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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