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또 집안싸움…이준석·배현진 공개 충돌, 지도부 내 갈등 이어지나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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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0   |  발행일 2022-06-21 제4면   |  수정 2022-06-20 18:14
국민의힘 또 집안싸움…이준석·배현진 공개 충돌, 지도부 내 갈등 이어지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이준석 대표가 배현진 최고위원과 논쟁을 벌인 뒤 회의장을 나가자 이 대표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일 배현진 최고위원과 공개회의에서 충돌하며 당의 '내홍'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들은 대통령선거·지방선거 승리 이후에도 당의 혁신위 구성이나 국민의당 추천 최고위원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때문에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번번이 갈등의 중심에 서며 소모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람의 충돌은 이날 오전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가 작심한 듯 "저는 별다른 모두발언을 할 것이 없다.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 회의 내용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보도된 데 따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인선안에 대한 이 대표의 반대를 두고 "졸렬해 보인다"(배 최고위원), "지도부 구성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이 대표)라며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두 사람은 혁신위 구성을 두고서도 최고위 회의에서 충돌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배 최고위원은 "현안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 회의를 철저히 단속해서 당내에서 필요한 내부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또한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나", "제가 회의 단속을 좀 해달라고 누차 제안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던 만큼 공개 충돌 양상이 나타나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잠깐만요"라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두 사람은 설전을 이어갔다.

결국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을 향해 "발언권을 득해서 말하라"며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이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대표님이 많이 유출하지 않았나. 스스로도. 누구 핑계를 대며 지금 비공개 회의를 탓하나"라며 맞받았다.

권 원내대표는 언성을 높이며 "두 분 다 그만 하세요. 비공개 회의를 하겠다"라고 한 번 더 중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책상을 '탁' 치고 이 대표의 마이크를 직접 끄기도 했다. 이 대표는 "논의할 사항이 있으면 의사권을 권 원내대표에게 이양하고 나가겠다"며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비공개 회의는 15분가량 진행됐지만, 이 대표는 2분여 만에 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이들의 충돌이 최근 이 대표와 정진석·안철수 의원과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선거기간 여당의 '원팀'을 강조했지만 승리하자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내부의 지적도 나온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여당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이게 다 (이) 대표가 만드는 것이지, 세상에 어떻게 여당을 이렇게 끌고 가나"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여기에다 지방선거 이전부터 제기됐던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 논란 관련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결과에 따라 당이 조만간 대혼돈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일련의 사안을 관통하는 배경에는 '당 주도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다. 2024년 총선 공천권과 연결되는 차기 당권 경쟁이 물밑에서 서서히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당내 파워 게임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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