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방탄소년단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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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4   |  발행일 2022-06-24 제22면   |  수정 2022-06-24 06:54
쉼표를 선택한 방탄소년단
한국, 문화강국 도약에 일조
그래미상만 빼고 다 이룬셈
휴식, 성장, 개인활동 이후
더 성숙 기적같은 2막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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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방탄소년단 단체활동 사실상 잠정중단 선언으로 전 세계에 충격파가 퍼졌다. 이미 최고 수준의 팝스타이지만 여전히 성장 중이었다. 얼마 전엔 백악관으로부터 초청받아 미 대통령을 만났고, 그곳에서 우리말 연설까지 해 국제적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이대로 탈 없이 활동한다면 내년 그래미상 수상도 유력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단체활동 잠정중단 이야기가 나와 충격이 크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팀활동을 했고 이젠 에너지가 고갈됐다. 데뷔 이후 9년간 그들이 보낸 시간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인고의 시간이었다. 피로골절이 올 정도로 연습을 반복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줄을 소화했다. 스케줄의 양도 엄청났지만 질도 대단했다. 세계적인 시상식, 국제적 TV쇼, 유엔 등이 그들의 활동무대였다. 물리적으로 힘들고 심리적 중압감도 컸을 것이다. 사실 진작 번아웃이 왔을 수 있는데 그들은 초인적인 의지로 버텨왔다. 원래 2020년이 방탄소년단 시즌1의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년 가까이 더 버틴 것이고 그 기간 동안 그들은 세계 최고 지점까지 올라갔다.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인 것이다. 이젠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팀활동 사실상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방탄소년단 신드롬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서구 스타에게 열광하는 모습만 봤지 서구 젊은이들이 우리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었다. 2000년대에 한류가 터졌어도 대체로 아시아권에서의 인기였다. 그것도 신기해서 동아시아 한류 콘서트장의 모습을 '세상에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 하면서 바라보곤 했다.

서구는 우리에게 콤플렉스의 대상이었고 거대한 벽이었다. 박진영의 JYP가 원더걸스를 앞세워 그토록 애타게 미국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빌보드 핫100 차트 76위가 고작이었다. 이 정도에도 우리는 열광했었다. 메인차트인 핫100이 아니라 부문별 차트에 오른 것도 우리에겐 큰 뉴스였다. 2001년에 김범수의 '하루'가 영어 버전으로 '핫 싱글스 세일스' 차트 51위에 올랐는데 한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그러다 2012년에 놀라운 사건이 터졌다. 싸이 '강남스타일' 사태다. 핫100에서 무려 7주 연속 2위에 올랐다. 거국적 열광이 터졌다. 그런데 '강남스타일' 신드롬에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뮤직비디오가 큰 역할을 했고, 싸이가 서구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 건 아니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등장했다. 이들은 젊은이들의 우상인 아이돌로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신드롬의 진원지가 미국 등 서구였다. 서구 젊은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이들은 빌보드 핫100 차트와 앨범차트 1위를 수시로 하며 당대를 대표하는 팝스타가 됐다.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장이 이들의 주 무대였고 현지 관객들이 한국식 구호를 외쳤다. 서구 팝스타만 할 수 있었던 평화의 상징이 되어 유엔연설까지 했다. 그래미상만 빼고 이룰 건 다 이룬 셈이다. 이들 입장에서도 한국 입장에서도 꿈같은 시간이었다.

방탄소년단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개인활동 이후에 그들이 선택하기 나름이다. 미래가 어떻건 방탄소년단은 우리 역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이 일약 문화강국 이미지로 도약하는 데도 그들이 크게 일조했다. 이제 그들은 쉼표를 선택했다. 휴식, 성장, 개인활동 이후 더 성숙한 팀으로 복귀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기적 같은 존재였던 방탄소년단, 앞으로 더욱 기적 같은 2막을 기대한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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