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 날] 등단 50주년 맞는 이동순 시인…닿지 못한 것을 향한 끝없는 결핍의 여정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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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4   |  발행일 2022-06-24 제34면   |  수정 2022-06-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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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주년을 기념해 펴낸 시집 '고요의 이유'.

이동순 시인. 6·25전쟁 때 김천에서 태어났고 올해 시력 50년을 맞는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마왕의 잠'이 당선돼 시인이 됐고 그동안 21권의 시집을 포함, 73권의 책을 냈다. 73세의 나이에 다시 문학청년의 습작기의 심정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은 암울했다. 전쟁 중 어머니가 타계한다. 오래 '어머니의 부재'에 시달린다. 그게 되레 시의 원천이 된 셈. 1978년 28세에 대학교수가 되어 2015년까지 41년간 교수 생활을 했다.

등단 직후에는 '1973' '반시(反詩)' '자유시' 등 각종 동인지 활동을 펼친다. 지난 4월에 시집 '고요의 이유'(애지)가 나왔다.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이다. 초기는 김춘수류의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 뒤에 김수영의 기운이 스며들어 결과적으로는 김춘수·김수영 통합스타일을 지향한다. 그러다가 단재 신채호(1880~1936)의 의기와 정신에 경도되어 역사주의적 관점의 중요성을 품게 된다.

군 복무 시절 탄약을 관리하며 느낀 시적 고뇌와 탐색이 녹아든 게 첫 시집 '개밥풀'(창비·1980). '물의 노래'(실천문학사·1983)에 담긴 장시 '물의 노래'는 안동댐 수몰민들의 애환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각종 장비를 갖고 안동댐 주변을 직접 발로 답사를 했다. 베트남전을 한국현대사와 연결시켜 탐색했던 '미스사이공'(랜덤하우스중앙·2005), 몽골을 직접 답사하며 그곳 풍물을 한국인의 문화인류학적 시적 인식으로 정착시킨 '발견의 기쁨'(시학사·2009), 일종의 로컬풍물시집이랄 수 있는 '묵호'(시학사·2011), 고려인들의 비참한 생활을 다루었던 '강제이주열차'(창비·2019), 독도의 존재성과 역사성을 다룬 '독도의 푸른 밤'(실천문학사·2020)으로 이어졌다. 세상사가 '이동순 표 발효'를 거쳐 시로 태어났다. 이 과정에 "1923년에 돌아가신 독립투사 조부(이명균)의 은근한 추동이 있었던 듯하다"고 술회했다.

2003년에 민족서사시 '홍범도(洪範圖)'(전5부작10권), 분단시대의 매몰문학이던 백석(1912~1996)의 시작품을 수집 정리해서 '백석시전집'(창비·1987)으로 낸다. 특히 '백석시전집'의 발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이후 백석 시인의 연인 김자야(1916~1999) 여사와의 10여 년 교유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백석문학상 운영도 그의 제의로 성사된다.

이동순

어느 날 전통가요 연구가로 변한다. 퇴직 후에는 무려 8개의 방송프로그램까지 맡았었다. 그 가운데서 최근에 종료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라디오프로 '남북이 같이 부르는 노래' '시로 만나는 남과 북'은 2011년부터 11년 진행했다. 이 프로는 북한으로 송출되는 프로였다. 대구MBC에서는 매주 50분 분량의 라디오 정규프로그램을 맡아서 5년간이나 MC로 활동하기도 했다. 옛 가수들의 생애사에도 관심을 가져서 옛 신문과 잡지, 각종 기록을 철저히 뒤져 채규엽, 강홍식, 전옥 등 50명가량의 가수 연대기를 상세히 정리했다. 조만간 '한국근대대중가수열전'(소명출판· 720쪽), 예전에 발표한 서사시 '홍범도'를 새롭게 정리한 홍범도 평전 '나, 홍범도'(한길사· 900쪽)도 광복절 직전, 각종 편지를 묶은 '빨간 우체통'(한길사) 등 올해 무려 5권이 쏟아지듯 발간된다. 그가 그동안 펼쳐온 한 시대 구간의 정리랄 수 있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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