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사 '공순 아찬 신도비' 판독…태종 무열왕 손자 또는 증손자로 추정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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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30  |  수정 2022-06-30 06:56  |  발행일 2022-06-30 제2면
790~800년 건립…국내 最古 신도비

서두 부분으로 가장 중요내용 담겨

경주 남산사 공순 아찬 신도비 판독…태종 무열왕 손자 또는 증손자로 추정
경북 경주시 남산동 남산사의 정원석으로 활용되었다가 1천200년 전 통일신라 시대 명문 비석으로 밝혀진 '공순아찬 신도비'. <오세윤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지난 달 25일 박홍국 위덕대 교수가 경북 경주시 남산동 남산사 정원에서 발견한 신라 '공순아찬 신도비편’(영남일보 5월27일자 8면 보도)에 대한 비문 판독 결과가 나왔다. 공순은 이름이고, 아찬은 벼슬이다. 신도비는 죽은 사람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이다. 이번에 발견된 비석 조각은 일제강점기와 1963년에 각각 발견돼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 중인 소위 '찬지비'의 서두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29일 박 교수에 따르면 ‘신라 공순아찬 비편의 조사(調査)와 비문 서자(書者·글쓴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30일 출간되는 '영남학(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퇴계연구소 발간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81호를 통해 발표된다.

논문에는 마지막으로 발견된 비석 조각에 새겨진 총 95자(字) 중 현재까지 판독한 88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비석의 서두 부분에 해당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앞서 발견된 2개의 비편에서는 각각 50자와 8자밖에 판독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만약에 첫 줄에 새겨진 '공순아찬 신도비'라는 일곱 글자가 인멸됐다면 이 비석의 주인공과 관등, 비석의 성격 등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비석의 두 번째 줄부터는 주인공 이름을 새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비석의 경우에도 공순이란 이름 대신 ‘공(公)’이라고만 새겨져 있다. 박 교수는 "이 비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도비가 확실하며, 이수의 제액(題額)에 새겨진 글씨가 전서(篆書)가 아니고 음각으로 새겨진 최초의 비석"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서·행서·초서가 함께 새겨진 첫 사례"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신도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조선 태조의 건원릉비다.

또 이 비문이 김생의 글씨를 새긴 것이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건립 연도는 790~800년으로 추정했다. 이는 비문에 있는 '천령군(天嶺郡)'이란 지명이 사용됐던 첫해(757년)와 이수의 양식, 김생에 대한 문헌 자료 등을 분석 고찰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주보돈 경북대 명예교수는 “비석 주인공인 공순이 태종 무열왕의 일곱 손자 또는 증손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출생 배경을 놓고 볼 때 이찬급의 벼슬을 해야 했는데, 신라 제 6관등인 아찬 벼슬에 머문 점으로 미뤄볼 때 젊은 나이에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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