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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재정만능주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고강도 예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한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는 새 정부 5년의 재정운용 방향 및 재정개혁 과제 논의를 위해 4개 세션(△새 정부 재정의 정책과제 △성장 동력 재가동 △인재양성·문화융성 지원 △성장-복지 선순환)에 걸쳐 토론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위기 때마다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해왔던 탄탄했던 재정이 (전임 문재인 정부) 5년간 크게 악화했다"며 "이러한 재정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적극 시행했던 '확장재정' 기조를 비판하며 향후 5년간 긴축재정으로 돌아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민생현안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정부 및 공공기관의 고강도 예산 구조조정의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공공부문 자산 전수조사, 공무원 정원·보수의 엄격한 운용, 재정 개혁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 개선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또한 이를 위해 대통령실과 각 부처에 국회와의 충분한 소통도 당부했다.
특히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지방 국립대인 충북대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연례회의인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지방국립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주로 청와대에서 개최됐고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이나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각 1번씩 개최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충북대를 택한 것은 지방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을 포함해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국무위원 중심 회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간 전문가도 참석하게 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MZ 세대의 애로 사항 청취 및 지방대학·지역인재 육성 방안,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했고 관계 부처에 정책 수립 시 이를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이날 재정 전문가도 아닌 일반 기업 관계자가 참석하는 게 맞지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곽노정 SK 하이닉스 대표이사, 하정우 네이버 AI(인공지능)랩 연구소장 등 민간·학계 인사 9명도 배석했다.
특히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경우엔 '본인 개인회사에 200억대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에 휩싸인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토론 세션 중 하나가 인재양성과 문화융성 지원"이라며 "이 프로듀서는 케이팝과 한류 전략을 짰던 분이고 한류가 어디로 가야 할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민간의 고민을 어떻게 하면 정부가 잘 받아 안아서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입해 효율적 성과를 낼지 토론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모셨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전날에는 계룡대에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치적 중원'으로 꼽히는 충청권을 연이틀 방문한 것이어서 주목했다. 이는 지지율 하락 추이가 이어지는 와중에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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