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거주 난민재신청자들 "생존권 보장해달라" 소송…항소심 결과는?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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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3  |  수정 2022-07-11 09:19  |  발행일 2022-07-13 제10면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 재신청자들이 출입국당국을 상대로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의 항소심이 본격화됐다. 1심에선 난민재신청자들이 패소한 가운데, 2심 결과가 주목된다.

대구 거주 난민재신청자들 생존권 보장해달라 소송…항소심 결과는?
지난 8일 오후 대구 법원 앞에서 열린 '난민 재신청자 취업허가'와 관련한 기자회견. 시민단체 제공

◆대구의 난민신청자들…'활동 불허 결정 취소' 소송 1심 패소

#아프리카 말리 출신 A씨는 2015년 9월 일반연수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했으며, 대구에 거주하고 있다. 2015년 12월 난민인정신청했지만 2017년 4월 불인정 결정을 받았고, 이의신청과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는 대법원에 가는 동안 여러 차례 체류 기간 연장허가를 받으며 생활했다. 재차 난민인정신청을 접수했지만 2020년 2월 불허 결정을 받았고, 현재까지 출국기간 유예를 통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지난 4월 난민불인정 결정을 받고 이의신청한 상태다.

#아프리카 기니 출신 B씨는 2016년 6월 일반연수 체류자격으로 입국해 역시 대구에 거주 중이다. 그해 12월, 15세의 어린 나이에 가족들로부터 강제결혼을 강요받고 난민인정 신청했지만 이듬해(2017년) 12월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 및 각하됐다. 2020년 10월 자녀에 대한 여성할례와 성폭행 피해 우려를 이유로 재차 난민인정신청하면서, 이를 이유로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으며 국내에 체류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난민불인정 결정을 받고 이의신청했다.

재차 난민인정신청을 한 A씨와 B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2020년 12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이하 출입국사무소)에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는 A씨에게 "관련 규정에서 체류 방편 목적의 난민신청을 억제하기 위해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며 "출국기간 유예 시 취업활동을 할 수 없다"며 불허했다. B씨에게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활동허가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이들은 '체류자격 외 활동 불허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대구지법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은 체류자격과 기간의 범위 내에서만 체류할 수 있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연장허가 등을 받아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고, 난민신청자도 취업허가를 받기 위해선 체류자격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체류기간 연장이나 경제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난민인정 신청이 남용되는 폐해를 막기 위해 난민신청자 취업허가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반복 난민 신청하거나 체류 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난민인정 신청하면서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지 못한 난민신청자들에게까지 취업허가를 해줄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구 거주 난민재신청자들 생존권 보장해달라 소송…항소심 결과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난민재신청자 "기본적 생존권 보장해달라"

A씨와 B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본격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도 난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고법 행정1부(부장판사 김태현)의 심리로 첫 변론기일이 열렸던 8일, 대구 법원 앞에선 난민인권네트워크와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의 등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난민재신청자는 난민법상 생계지원, 의료지원, 주거지원, 취업허가가 법적으로 막혀 있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고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유효한 신분증명서가 없어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불가한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난민법에 따라 취업허가를 받아 일할 수 있지만, 난민신청자의 경우 고용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취업허가를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단체는 "지난해 난민심사를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불과 32명이며, 난민 인정률은 1%에 불과하다. 이에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난민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며 "난민 재신청자들은 사실상 모든 권한이 박탈된 상태로, '없는 사람들'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체류자격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어마어마한 병원비와 약값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고, 과도한 병원비 부담을 안으려고 해도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며 "신분증이 없어서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있어도 출금이 불가능하다. 법무부의 체류 제한 정책으로 난민신청자는 한국에서 인간다운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 생존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난민협약과 국제규범을 위배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헌법상 인간의 존엄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B씨는 "한국에서 아이 3명을 낳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며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일도 못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다. 아이가 아플 때, 의료보험이 없어서 입원비가 200만 원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항소심 결과는?

양측은 '난민제도의 남용'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두 사람의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준비서면을 통해 "일률적·기계적으로 불허 결정 및 출국명령을 하고 있다고 하나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중대한 사정 변경 없이 다시 난민신청한 경우다. B씨에게는 재차 신청에서 합리적인 사정변경이 있다고 판단해 체류기간 연장허가했고, 현재까지 기타 자격으로 체류하고 있다"며 "B씨에게는 고용계약서 등 서류를 제출해야한다고 수 차례 안내했지만, '아프리카 여성을 고용하려는 업체가 없어서 근로계약을 맺을 수 없어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불허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특별한 난민신청 사유 없이 단순히 체류기간 연장, 취업 등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제도를 남용하는 외국인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난민인정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체류자격이 당연히 부여돼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A씨와 B씨 측 변호인은 "난민 재신청자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취업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시각은 우려스럽다. 그렇게 볼 근거는 전혀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8월 26일 열린다. 한편, 지난 1월 난민신청자들은 헌법재판소에 취업허가에 관한 난민법 제40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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