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전시&아티스트] 하지훈 '커먼&언커먼'展…구상의 풍경을 추상의 에너지로 박제하다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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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8   |  발행일 2022-07-18 제21면   |  수정 2022-07-18 07:47
"자연풍경 이질적 잔영, 시각·촉각·후각·청각적으로 구체화

특정 이미지 떠올리게 하기보단 해석은 관람자 몫으로 남겨"

윤선갤러리서 31일까지 200호 대형작품 등 80여점 선보여
[ZOOM IN 전시&아티스트] 하지훈 커먼&언커먼展…구상의 풍경을 추상의 에너지로 박제하다
하지훈 작가 〈윤선갤러리 제공〉
얼음 조각 같기도 하고,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알록달록 비밀의 성 같기도 하다. 보석 같다는 관람객도 있다.

이는 하지훈이 몽블랑 빙벽, 프랑스의 섬 코르시카 등 과거 자연으로부터 받았던 어떤 장소의 시각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으로 체험한 그곳의 인상과 에너지를 하나의 상으로 덩어리감 있게 캔버스에 응축시킨 것이다.

하지훈의 개인전 '커먼&언커먼(common&uncommon)'展이 오는 31일까지 윤선갤러리에서 열린다.

하지훈은 자신의 그림을 '풍경의 박제'라고 표현했다.

"풍경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감정과 뒤섞여 의식 속에 모호하게 남아 있어요. 이러한 이질적 잔영과 낯섦을 발견하고 이것을 구체화하려 합니다." 그렇게 그곳의 풍경과 감상, 에너지, 공기는 그의 캔버스 안에 영구히 박제된다.

이번 전시는 2016년 대구미술관 개인전 이후 대구에서 열리는 근 6년 만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신작 'Gemstone isle(Mont Blanc)'을 포함해 'Nightscape' 'Wildflower' 'Coastline' 연작 등 200호 크기의 대형 작품부터 4호 크기의 소품까지 총 80여 점의 회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훈의 작업은 풍경이면서도 풍경이 아니고, 추상이면서도 구상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전 제목을 '커먼&언커먼'이라고 명명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구상, 비구상, 구상과 비구상이 결합된 작품 등을 다양하게 작업해 왔다.

하지훈은 작품의 한 동력이 결핍이라고 했다.

[ZOOM IN 전시&아티스트] 하지훈 커먼&언커먼展…구상의 풍경을 추상의 에너지로 박제하다
하지훈 'Nightscape'
"유년기에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이사를 자주 다녔어요. 거의 1년 반~2년에 한 번꼴로 다녔죠. 그러다가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가 독일의 한 도시에서 8년을 쭉 살았어요. 그때 받았던 느낌이 '여기가 내 고향 같다'였지만 저는 이방인이었죠. 그러면서 과거의 장소에 대한 기억, 여러 감정이 얽힌 장소에 대해 기록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취지로 작업을 하게 됐어요."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그는 여행과 클래식 음악(특히 바흐)을 꼽았다.

"해마다 작가 4명, 컬렉터 1명이 함께 여행을 다녀요. 여행 후 시간이 지난 뒤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저만의 방식으로 그곳을 기록합니다. 또한 제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요. 특히 바흐요. 바흐의 곡은 정교하게 지어진 건축물 같아요. 제 작품이 그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훈은 "기록하고 싶은 공간이나 풍경 등에 대한 표현이 색상과 형태적인 면에서 안정된 상태라고 스스로 느낄 때 비로소 붓을 놓는다"면서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적으로 체험한 인상을 담으려는 저의 작업이 관람객에게도 감각적인 경험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제 작품이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작품의 감상과 해석은 관람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싶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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