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여름날 꽃 폭포 능소화 이야기(1)

  • 김봉규
  • |
  • 입력 2022-07-22   |  발행일 2022-07-22 제33면   |  수정 2022-07-22 08:36
능소화 명소 '문경 주암정'
배 바위 타고 만개할 준비
정자·연못과 어우러진 풍광
주황빛 아름다운 자태 인기

2022071801000539900022861

올해 여름은 초반부터 그 더위 정도가 심했다. 특히 대구와 그 인근 지역의 날씨는 '대프리카'라는 말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지난달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33℃가 넘는 폭염 일수가 11일이나 되었다. 이는 대구지방기상청이 1973년부터 폭염 관련 기상 상황을 관측한 이래 가장 높았던 기록이라 한다. 7월 들어서는 더했다.

이런 날씨에 시각적으로나마 더위를 좀 잊게 해주는 꽃들이 있다. 능소화, 연꽃, 배롱나무꽃 등이다. 고마운 존재들이다. 요즘은 이런 꽃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꽃을 접하며 기운을 충전하는 것도 괜찮지만, 좀 고생하더라도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그 명소를 찾아 제대로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능소화 명소도 전국 곳곳에 있다. 그중 문경 주암정(산북면 서중리)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주암정은 몇 번 가보았지만, 능소화가 피는 시기에는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 능소화 핀 주암정 풍경은 생각도 못해 봤는데,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주암정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게 되었다. 꼭 가보고 싶은 멋진 풍광이었다.


2022071801000539900022862
능소화와 연꽃이 핀 주암정 풍경. 바위가 배 모양이어서 '주암(舟巖)'이라 불리었다. 정자 오른쪽에 능소화가 보이는데, 꽃이 한창 필 때면 꽃송이 수가 꽃송이 지금의 50배 이상 된다. (2022년 7월10일)


지난 10일 기대를 하며 무더위 속에 그곳을 찾았다. 1차로 만개한 꽃들이 벌써 대부분 져버렸다. 꽃들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새로 맺기 시작한 꽃봉오리들이 많이 보여 얼마 후면 또다시 장관을 이룰 듯했다. 능소화는 6월 하순부터 2개월 이상 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꽃이 많지 않아 약간 아쉬웠지만, 한창 꽃이 필 때의 모습은 충분히 그릴 수 있었다. 이곳 능소화는 30여 년 전에 정자 출입구 쪽에 심은 몇 그루가 중심이다. 배 모양 바위의 솟은 부분과 그 바위에 붙여 쌓은 담장, 담장 사이의 출입구 위를 능소화가 덮고 있다. 꽃이 한창 필 때는 보는 이를 홀리는 별천지를 선사할 것 같았다.

그 입구를 통해 정자에 오르니 왼쪽에는 바위의 솟은 부분을 덮고 있는 능소화가, 앞에는 홍련이 피어있는 작은 연못이 펼쳐졌다. 연못은 200평 정도. 그리고 그 둑에 보라색 꽃을 피운 배롱나무와 연분홍의 독특한 꽃을 피운 자귀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자귀나무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로 합환수(合歡樹)로도 불린다. 모두 양반들이, 선비들이 좋아하던 꽃들이다. 정자와 연못을 돌보며 가꾸어온 주인의 생각과 안목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자 바로 뒤의 산비탈에도 근래 심은 것으로 보이는 능소화 두어 그루가 암벽을 타고 오르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정자 초입에도 작은 능소화가 암벽 위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여름 주암정 주변 능소화 풍광은 더욱더 멋진 장관으로 변해 갈 것 같다.

주암정(舟巖亭)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정자다. 배 모양의 큰 바위 위에 정자가 선실처럼 앉아 있다. 바위가 배 모양이어서 주암이라 불리었다. 이 정자는 주암(舟巖) 채익하(蔡翊夏·1633~1675)를 기려 후손들이 1944년에 건립했다. 채익하는 이곳에서 노닐며 시도 짓고 학문을 닦았다. 자신의 호도 주암으로 삼았다.

옛날에는 주암 앞으로 금천(錦川)이 흘렀다. 언젠가 큰 홍수가 나 금천의 물길이 바뀌고, 새로 제방을 쌓으면서 주암 주변은 논밭이 되었다. 연못이 생긴 것은 근래의 일이다. 주암의 10대 종손이 1977년부터 주암정 앞에 연못을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도 정자와 연못 주변을 가꾸며 찾아오는 이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

주암정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고, 정자에 오르는 사람들이 그 풍광을 즐기며 차도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런 종손의 정성과 안목 덕분에 많은 이들이 주암정을 찾아 심신을 충전하며 추억을 만들어간다. 봄이면 뒷산에 피어난 진달래와 연못가의 벚꽃, 목련꽃, 산수유꽃 등이 정자와 어우러진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여름날 꽃 폭포 능소화 이야기(2)에서 계속됩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