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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850년 8월5일 모파상이 태어났다. 모파상이라면 흔히 '목걸이' '비계 덩어리' '여자의 일생'을 떠올리지만 '벨아미'라는 제목의 장편도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다른 세 작품의 제목과 달리 '벨아미'는 우리말로 옮겨지지 않고 불어 발음 그대로 적었다. '벨아미'는 '아름다운 친구'라는 뜻이다. 어째서 번역본의 제목을 '아름다운 친구'라 하지 않고 무슨 의미인지 가늠할 길 없는 '벨아미'로 표기했을까?
주인공 조르주 뒤루아는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우연히 파리의 유명 잡지사에 취직한다. 뒤루아는 화려한 사교계를 구경한 뒤 상류사회 여성과 사귀어 신분을 상승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빠진다. 이윽고 그는 귀부인 드 마렐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얼마 후 뒤루아는 드 마렐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들에게 접근한다. '벨아미', 즉 아름다운 친구라는 별명을 자신에게 안겨준 잘생긴 외모가 자산이다. 잡지사 사장의 부인까지 정부로 만들고도 뒤루아는 자신에게 이익만 되면 지금의 여성을 배신하고 새 애인과 사귀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아름다운 친구'라는 제목으로 번역해서 우리나라 독자에게 내놓을 수는 없다. 뒤루아의 정체성은 번듯한 외모로 상류층 여성을 유혹해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형편없는 위인에 있다. 그를 지배하는 철학은 배신이다.
염상섭의 '두 파산'은 세상에 두 종류의 파산이 있다고 했다. 정신적 파산과 물질적 파산이다. 이 부류를 원용하면 배신에도 두 종류가 있다. 자기 자신을 위한 배신과 상대를 위한 배신, 그렇게 두 가지이다.
자신의 이익 도모에 혈안이 된 뒤루아는 통념적 배신의 화신이다. 상대에게 도움이 되려고 본의 아닌 배신을 하는 사례는 뒤마 소설 '춘희'의 마르그리트가 잘 보여준다. 매춘부 마르그리트는 애인 아르망의 아버지가 아들의 장래를 위해 헤어져 달라고 요구하자 순순히 받아들인다.
배신자가 웃는 얼굴로 접근하면 어쩔 것인가? '삼국지연의'의 유비가 답을 말해준다. 동탁이 금은보화를 주자 양아버지 정원을 죽이고, 왕윤이 초선을 미끼로 내걸자 다시 동탁을 죽인 여포가 마침내 조조의 포로가 되었다. 조조가 유비에게 "여포를 어찌하면 좋겠소?" 하고 묻자 유비가 대답한다. "한 번 배신한 자는 또 배신하는 법입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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