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나무를 심는 여름 방학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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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6 11:18  |  수정 2022-08-07 16:45  |  발행일 2022-08-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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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방학(放學)은 말 그대로 일정 기간 수업을 쉬는 것을 말한다. 방학이 되면 좀 더 여유롭기는 하지만 주어진 역할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은 교사나 학생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율적으로 시간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면 게임을 실컷 했다거나 아직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라거나 별로 한 일이 없다는 등의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학생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학생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한 학생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수학 문제를 많이 풀고 있다고 한다. 때로 하루종일 학원에 있는 날도 있다고 한다. 힘들겠다는 위로의 말에 당연히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자신보다 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고 힘을 얻고 있다는 어른스러운 말을 한다. 다른 학생은 요즘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여러 학교의 장·단점을 조사해서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찾는 중이며 언니를 따라 베이킹도 배우고 있단다. 또, 8월 말에 있을 배구 경기를 위해 배구 연습도 하고 있고 나머지 시간은 친구랑 놀거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고 했다.

여러 학생들에게 방학 생활을 묻고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약해진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공원을 걷거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교사들도 학기 중에는 여러 가지 일들로 쫓기듯 생활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교사들이 변화하는 교육 현장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높일 기회, 수업에 대한 고민과 설계를 보충할 시간은 필요하다.

방학 중에는 학기 중보다 집중적이고 심화된 연수들이 많이 개설된다. 방학이 있어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말을 종종 듣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방학 내내 자격연수를 받는 교사들, 자신이 궁금했던 분야의 연수를 받는 교사들, 학교에 나가 근무를 하고, 공문을 확인하거나 업무를 하는 교사들이 많다. 나 역시 방학 중 연수가 몇 가지 된다. 그중에는 내가 신청한 연수도 있고, 강의를 해야 하는 연수도 있다. 어쨌든 연수에 가면 강의실은 교사들로 가득하다.

예전과는 다르게 자율적인 의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연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연수 주제 역시 수업과 평가, 독서 교육, 에듀테크, 환경 관련, 학생 지도 등 다양하다. 방학에 자율적으로 모인 교사들을 보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더욱 반갑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수업 속에서 성장한다. 내 수업을 더욱 잘하고 싶은 마음, 나와 학생들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교사들은 강의실 문을 여는 것이 아닐까?

함민복 시인의 물고기라는 시에 '어찌/옆으로 누운 나무를/몸속에 키우느냐/뼈나무가 네 모양이구나'라는 구절이 있다. 물고기의 뼈를 나무와 연결 지은 시인의 생각이 재미있어 이 시를 좋아한다. 우리 역시 마음속에 저마다의 나무를 한 그루쯤 키우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종류도, 크기도, 향기도 제각각인 그런 나무 말이다. 그 나무는 결국 나의 모습을 만든다. 우리 학생들이 마음속에 아름다운 꿈, 한 그루 나무를 잘 키우는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그런 생각들을 학교에서 충분히 쏟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방학을 잘 보냈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잘 보냈다'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평가 역시 스스로 하면 된다. 우리들 모두 방학을 잘 보내고, 마음속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보자. 학교로 돌아와 물 주고 가꾸어 꾸준히 키워내기를 희망한다.

 

이지영<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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