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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태어나 채 2년도 안 돼 미국으로 입양된 에린 윌슨씨의 생후 6개월쯤으로 추정되는 사진. <독자 제공> |
1973년 11월22일 대구 중구(당시 남구) 남산동 가톨릭 사회복지시설 앞.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는 여아가 '이 아이의 성(姓)은 정씨입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발견됐다. 이후 1년 정도 이곳에서 자란 아이는 1974년 11월21일, 생후 6개월(추정) 사진 한 장과 함께 미국인 윌슨 부부에게 입양됐다.
대구출신 한인 입양인 에린 윌슨(Erin Wilson·49)씨가 친부모님을 애타게 찾고 있다. 에린씨와 함께 에린씨의 친부모를 찾고 있는 그의 친구 조이 한씨가 지난 3일 영남일보를 통해 이 같은 마음을 전달해 왔다.
조이씨에 따르면 에린씨가 한국과 친부모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은 하나도 없다. 발견 당시 아기의 모습을 미뤄볼 때 그가 태어난 연도는 1973년이 맞지만, 정확한 생일도 알 수 없다. '정씨'인 것을 알리는 메모 말고는 남아있는 기록도 없다.
여러가지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에린씨는 6개월째 친부모를 찾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서울 입양기관과 대구 남산동 입양시설에 연락하고, 부모를 찾기 위한 이름·사진 등록 절차, DNA 검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아직 전해지는 소식은 없다. 유일한 실마리는 메모다.
에린씨는 멋진 49세 중년 여성이 됐다. 조이씨는 그에 대해 '전문적이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전했다. 두 아들의 어머니가 됐고, 남편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을 떠난 지 40여 년 만에 친부모를 찾고 있는 것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알고 싶고,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에린씨는 기사를 읽는 누군가에 의해 소식이 확산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자신에게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친부모님을 찾게 된다면 '과거의 일에 대해 미안해하지 마시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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