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국적 뮤지컬의 방향

  •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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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0  |  수정 2022-08-10 07:55  |  발행일 2022-08-10 제17면

[문화산책] 한국적 뮤지컬의 방향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 예술 중에서는 창극이나 악극, 굿, 탈춤 등 뮤지컬적인 형식을 가진 공연 양식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한국적 뮤지컬에 스며들게 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면, 도제식 교육으로 다져온 우리 전통 예술을 기호화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도 원리와 이해가 담긴 서적들도 많이 있지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판소리를 악보에 채보 한다고 가정해 보자. 명창들의 소리를 채보하면 독특한 예술성을 손상해 서구화된 것으로 잘못 파악할 위험이 있다. 판소리의 참맛을 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악보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악보를 사용하지 않고 전해져 왔기 때문에 구전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어받지 못해 사라지는 판소리도 많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오선보가 아니더라도 기록의 보존을 위해선 구전이 아닌 악보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나 손쉽게 접하고 구매도 가능하다면 전통의 대중화도 가능해지고 한국 뮤지컬의 정체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또한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고수해온 서양 음악 위주의 교육 제도에서 전통 예술의 확고한 독창성과 보편적인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우리의 판소리, 농악, 전통무용 등 차별성을 가진 전통예술 분야를 초등교육부터 적극적으로 잘 계승해야 한다. 동아리 차원이 아니라 정규 수업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뮤지컬의 핵심인 음악에 있어서 작곡 교육도 절실하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대학의 작곡가 교육 커리큘럼에 국악도 넣어야 하며 장단은 기본적으로 알 수 있도록 바꿔야 하겠다. 현재 뮤지컬 작곡가로 입지를 굳힌 예술가들은 유학을 다녀왔거나 서양음악을 기본으로 작업을 한다. 뮤지컬 자체가 서양의 예술이긴 하지만 한국적인 색채를 구사할 능력이 없는 작곡가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적 뮤지컬의 방향은 뮤지컬이 대중예술이란 점을 고려해서 생각한다면, 우리의 전통예술이 주제나 소재의 지평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가 고려돼야 한다. 기존의 판소리부터 트로트까지 섭렵하며 창작된 뮤지컬 음악으로서의 대중성 고려도 필요하다. 또 전통양식이나 신파극(악극)양식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정서 속에 한줄기를 이루고 있다면 이를 접하는 올바른 자세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창작 뮤지컬이 이 땅에서 토착화되고 세계성을 띠려면 한국의 전통 연희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의 차원으로 현대적 재창조를 위한 방향을 모색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창작 뮤지컬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생각된다.

윤정인 (대구뮤지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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