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무장애 도시

  • 남정현
  • |
  • 입력 2022-08-11   |  발행일 2022-08-11 제23면   |  수정 2022-08-11 06:56

도로 건널목을 건너려면 인도에서 내려서서 차도를 가로질러야 한다. 일반인이야 그냥 건너가면 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바퀴가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맨홀의 구멍을 피해야 한다. 직사각형의 하수도 뚜껑은 빗물이 흘러들도록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놓았고 이 구멍에 휠체어 바퀴가 빠지기도 한다. 길쭉한 형태의 이 구멍은 대개 건널목과 같은 방향이어서 휠체어 바퀴가 빠질 위험이 크다.

경북 문경시는 2020년 경북도에서 처음으로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를 만들었다. 그 첫 사업으로 중앙로의 도로 건널목 가장자리에 있는 맨홀의 구멍 방향을 건널목과 나란한 방향에서 수직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휠체어 바퀴가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록 작은 배려지만 함께 잘사는 도시를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받았다.

무장애 도시 조성을 표방한 곳은 전국 20개 자치단체뿐이다. 경북도 내에는 문경시밖에 없을 정도로 아직 소극적이다. 무장애 도시는 어린이·노인·장애인·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누구나 공원·공공건물·공중이용시설·도로·교통수단 등의 시설을 이용하거나 이동하는 데 불편이 없는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

문경시도 관련 조례는 만들었지만, 아직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5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한 기본계획조차 만들지 못했다. 문경시장은 최근 관련 추진위원회에서 내년 예산에는 반드시 반영한다는 의지를 밝혀 단계적으로 무장애 도시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적 약자가 불편을 겪지 않고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문경시의 행보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