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체제를 전환하면서 차기 당권경쟁도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기현·나경원·안철수 등 당권 주자들도 워밍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 중 원내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당내 공부모임을 주도하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세력과 존재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영남일보DB |
안 의원은 6·1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한 뒤 '민(民)·당(黨)·정(政)' 토론회를 여는 등 같은 당 의원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또한 토론회가 열릴 때 마다 수십 명의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 의원은 당권 도전과 관련 "제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이 의원께서는 아직 국유재산 매각 과정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국가의 재산을 헐값에 부자들에게 넘기려 한다'는 가짜뉴스식 발언으로 입법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연합뉴스 |
4선 중진으로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당내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 의원도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를 결성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이 공식적으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출마는 기정사실화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또 자신의 SNS를 통해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나 이재명 의원을 저격했다. 민주당 당권 레이스에서 주요 쟁점이 된 당헌 80조(기소 시 직무 정지 규정) 개정을 두고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당헌 개정"이라며 "방탄 특권을 버리고 수사부터 받겠다고 선언하라"고 직격했다.
![]()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영남일보DB |
원외에서는 지난해 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대표를 상대로 석패한 나경원 전 의원도 당권 도전을 시사한 상태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나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까지는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는데, 지금부터는 고민하려고 한다. 정치인은 언제나 몸이 풀려있다"며 당 대표 출마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아직 전당대회를 언제 할 지 이런 부분도 논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친윤(친 윤석열) 후보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두 사람의 임기가 각각 내년 4월과 올해 12월까지인 만큼 비대위 활동 기간에 따라 두 사람의 당권 도전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권 주자들이 몸풀기에 들어간 가운데 여론은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이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깜짝 1위'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유 전 의원은 23.0%로 선두에 올랐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이후 전국을 돌고 있는 이준석 대표도 16.5%로 뒤를 이었다. 이어 안 의원 13.4%, 나 전 원내대표 10.4%, 주호영 의원 5.9%, 김 의원 4.4%, 정 부의장 2.6%, 권 원내대표 2.5%, 장제원 의원 2.2% 등의 순이었다.
여러 주자들이 공개적으로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민심은 유 전 의원과 이 대표 등 비윤(非尹)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통상 전당대회에선 여론조사의 비율이 당원 투표 비해 적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다만, 여론조사가 '바람'을 일으킬 순 있기 때문에 꾸준히 선두를 기록하는 주자에게로 당심(黨心)이 쏠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이 실제로 도전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고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