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은행이 빅 스텝(한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2.25∼2.50%에서 3.00∼3.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6월과 7월에 이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 내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됨을 보여줬다.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5.2%→5.4%로 상향조정했다.
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됐다.
지난 7월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미국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앞질렀다가 8월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같아졌다.
하지만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에 다음 달 12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 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해 미국이 추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에 따라 한은 금통위도 올해 남은 10월과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도 높아져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도 있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뒤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게 기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 9월 소비자물가 지표 및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 등 충격이 이어질 경우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 스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해 빅 스텝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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