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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회부 기자 |
백일(百日).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조촐한 잔치를 벌인다.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란 것을 축하하고 무병장수와 복을 바라는 일종의 전통 의식인 셈이다. 최근엔 덜 하지만, '100'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100일 기도, 100일째 만남 등 숫자 '100'은 어떤 일을 이루고자 오랜 기간 열과 성을 다해 실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100일 풍습은 중국 '백록일(百祿日)', 만주 '백수일', 일본에선 '모모카백일'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단군신화에서도 환인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만 먹고 인내하라고 설정한 기간이 100일이다. 여기서 '100'은 어떤 형태가 바람직하게 갖춰지는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한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백일을 각별하게 기념하는 큰 틀의 의미는 동일하다.
지난 7월 출범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100일을 막 지났다. 그중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장 중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시작한 최재훈 달성군수의 성적표는 어떨까.
겨우 100일 지난 시점이지만, 일단은 절반 이상 성공을 거뒀다는 평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했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그중 하나가 고유 권한인 인사권이다. 10월1일자로 단행된 그의 첫 5·6급 등 승진·전보 인사는 단체장 소신과 철학을 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내·외부 인사 청탁을 철저히 배제하고, 업무 추진력과 군정 기여도 중심의 인사를 한 것이 핵심이다. 만 40세 나이의 초선 단체장으로선 절대 쉽지 않은 일인데, 인사에 대한 무게를 가뿐하게 견뎠다.
달성군 산하 기관장 임명도 마찬가지다. 일부 타 지역 자치단체장과 달리 선거 보은·정실 인사 없이 원칙과 객관성, 업무력만 보고 인사위원회 판단을 100% 존중했다. 선거를 도운 '집토끼'들이 노발대발(怒發大發)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집토끼는 최 군수를 한때 원망했지만, 지금은 대승적으로 수용하면서 '잘사는 달성'에 적극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으로도 최 군수는 지난 7월1일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가치와 지향이 다른 이들과도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성과 내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공직 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군민이 빛나는 달성'을 만들 수 있다.
강승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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