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정치 언더도그'의 반란] <하> 청년 정치인 '탑 도그' 되려면 "육성 프로그램 필요하다"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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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5  |  수정 2022-10-24 18:57  |  발행일 2022-10-25 제1면
[창간 77주년 특집] "지방의회, 청년 정치인 육성의 장이 되도록 해야"
[대구경북 정치 언더도그의 반란]  청년 정치인 탑 도그 되려면 육성 프로그램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2020년 12월 6일 당내당(黨內黨) 형태의 '청년국민의힘'(일명 청년의힘)을 공식 출범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정치 언더도그의 반란]  청년 정치인 탑 도그 되려면 육성 프로그램 필요하다
박채아 경북도의원, 김동규 대구 동구의원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적지 않은 청년 정치인들이 대구 경북(TK) 지방의회(기초·광역의회) 곳곳에 입성했다. 신선함과 참신함을 무기로 기성 제도권 정치를 흔들고 있다. 반면 정치실무 경험 부족은 이들이 넘어야할 도전이다. 청년이라는 정치 '언더도그'는 언젠가는 '탑도그'가 될 것이다. 그 험난한 과정을 응원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TK 청년 정치인들 "실무 교육하는 육성 프로그램 있어야…재정적 지원도 필요"
지난 6월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와 경북 지역 기초·광역 의회에 입성한 2030 지방의원은 33명이다. 4년 전보다 14명이나 늘었다. 100여 일 동안 지방자치의 최전선에서 각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청년 의원들에게 현실 정치의 벽은 높다. 당장 정치와 생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체계적인 의정활동도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30대 중반임에도 재선 고지에 오른 박채아 경북도의원(국민의힘·경산3)은 지역에서도 체계적인 정치인 육성 프로세스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지방의회에 입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일할 수 있게 실무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처음 의회에 들어오면 예산서 보는 법이나 집행부에 자료 요청을 하는 방법조차 몰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 아카데미 형태의 정당별 교육 프로그램이 중앙당에서만 이뤄지는데, 시·도당에서도 선진화된 정치인 육성 프로세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의원들이 실력을 갖추면 편견을 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 28세의 김동규 대구 동구의원(국민의힘·동구 마)은 "가장 큰 문제는 정치자금 즉 재정적인 부분인데, 선관위로부터 보전받는 비용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쓰는 금액에만 해당한다"며 "짧게는 수개월이고 길게는 몇 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을 꾸리면서 출마를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하지만, 이건 모두 매몰 비용이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 탄탄한 미국·유럽… '정치 사관학교'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한 정당의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이 존재한다. 젊은이들이 정당 내 대학생위원회와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당 운영 매커니즘을 현장에서 깨우친다. 프로축구팀의 '유스(Youth) 시스템'과 비슷하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 유서 깊은 청년 정치 조직을 두고 있다. 공화당 대학생위원회는 1892년 설립됐고, 민주당도 1932년부터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공화당은 대학생위원회를 통해 청년에게 △정치 △커뮤니케이션 △재무 등 3가지 분야의 인턴십 기회를 준다. 이들 중에서는 중앙당 당직자 또는 공화당 관련 회사의 직원으로 취업하기도 한다. 20대 초반부터 정당에서 실전 훈련을 받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지방 청년 정치인을 키워서 중앙 정치 무대로 보낸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한 뒤 금융인 경력을 거쳐 30대 중반에 경제 장관을 지냈다. 이후 2017년 대선에서 만 39세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청년 정치인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건 아니다. 여야 각 정당은 지난해 '당내당(黨內黨)' 형태의 청년 정당을 시도했다. 지속성이 떨어져 정치인 육성과 충원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구경북 정치 언더도그의 반란]  청년 정치인 탑 도그 되려면 육성 프로그램 필요하다
박성민 전 국민의힘 청년당 창당준비위원장
박성민 전 국민의힘 청년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독일의 '영유니온'을 벤치마킹한 조직을 야심차게 준비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청년당) 운영이 지속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청년 당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과 인사권이 필요하다. 그래야 직접 당을 운영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해선 역시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단기간에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 지역 시·도당이나 지구당 조직에도 재정적인 지원을 늘려서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언더독(underdog)=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 투견에서 아래에 깔린 개(언더독)를 응원한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언더독 효과'는 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반대말은 '승리자'라는 뜻의 '탑독(Topdo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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