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시험을 못 치면 불행한가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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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4 07:14  |  수정 2022-10-24 07:19  |  발행일 2022-10-2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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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마침 며칠 전 안준철 시인이 쓴 시를 읽었다. '작은 창시와 똥구멍: 내 짝꿍은 공부를 못했다/ 생물 시험을 보고 시험지를 서로 바꾸어 채점을 하는데/ 나는 난감해서 선생님께 여쭈어보았다/ 작은 창자를 작은 창시로 항문을 똥구멍으로 썼는데/ 동그라민가요 가위인가요/ 만약 가위를 쳐야 한다면/ 내 짝꿍 점수는 빵점이었다/ 선생님도 그걸 아시고 동그라미를 주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신이 나서 짝꿍 시험지에/ 큰 동그라미 두 개를/ 그려주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겨우 빵점을 면한 친구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불행하게 살까? 어른들은 알 것이다. 책상 공부머리는 몰라도 일머리나 놀머리가 뛰어났던 동무 중 나보다 더 잘살고 있는 동무를 갖고 있을 것이다.

나이 들어도, 세계에서 몇 번째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놓아도 이놈의 세상살이는 왜 이렇게 힘들까? 점점 더 심각해지는 차별과 불평등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관료들을 보면 온통 시험을 잘 치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역대 가장 인기가 없다. 서울대생의 10%를 서울에서도 서초구 출신이 차지한다고 보도해도, 다들 그러려니 하고 놀라지도 않는다. 이런 나라에서 내 자식은 어떻게든 시험경쟁에서 더 치열하게 붙어서 한 등급이라도 더 올리려고 애쓴다. 이건 많이 가지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더하다.

교육부가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초학력 진단체계를 마련하고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고 교사들과 학교를 비난했다. "학생별 밀착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교사로서 자신 있게 말한다. 맞춤형 기초학력 보장은 교사들이 책임질 일이고 국가는 교육을 흔들지만 않으면 된다. 국가가 무슨 계획을 내놓지 않아도 교사들에게 맡겨 두면 저절로 수행해 내는 게 교사들이다. 무슨 개발독재 시대도 아니고, 다음 정부는 2차 계획을 내놓아야 하나? 일제고사(전수평가)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도입됐다가 수업 파행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박근혜 정부 때 폐지(표집평가로)되었다. 교육부가 '원하는 학교에서만'이라고 아주 자율적인 듯 말하고 있지만 학교장이나 교사들이 교육목표나 교육철학대로 소신껏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만큼 우리 학교문화에는 그런 자율성이 없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의 이주호씨가 다시 교육부장관 후보가 되었으니 교육부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교사들은 없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학교가 가르치는 내용을 아이들은 다 알아야 할까? 시험만 잘 치면 능력자가 되고, 이렇게 시험을 잘 치기만 한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될까? 우리나라 교육에는 오로지 평가 논쟁만 있다. 생태전환교육 등 교육목표 논쟁에는 큰 관심이 없다. 평가는 서열화하고, 선발하는 데만 관심이 있지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는 관심이 없는 시험능력주의가 판을 친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삶을 위한 교육은 멀리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교사들이 주로 하는 일은 방학에 해외여행 가는 것이고, 높은 월급을 받지만 수업일수는 가장 적고, 학생이 자든 말든 관심이 없으며, 교육을 뜯어 먹고 사는 벌레충이라고 말하고, 공공연하게 국가교육위원회를 부정한 사람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교육위원으로 추천해서 뽑았다. 교육을 이렇게 극단적 정치대결의 장으로 만들어 두고 뭘 어쩌자는 것인가. 미래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까 우려가 크다.

이런 형편에 교사들이 뭘 믿고 무슨 힘으로 교육을 할까? 교사들은 언제 뿌듯함으로 눈빛이 빛날까? 교사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 좋겠다. 아이들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마음껏 놀아주는 '이상한 방구뽕 교사'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헌법 제10조는 국민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교육을 평가의 문제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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