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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현 (대구시 AI블록체인과장) |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매년 마지막날 타종식을 하는 의미 깊은 장소로,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 미래 50년 먹거리 산업을 선포한 곳이기도 하다.
5대 미래산업은 반도체·UAM·로봇·헬스케어·ABB 등이다. 이 중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데,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잖다. 특히 '블록체인을 왜 대구에서 하냐'는 질문이 많다.
서두로 돌아가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1907년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한 대한민국 최초의 자발적 국민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다.
당시 일본제국주의는 대한제국에 차관을 제공해 한국경제를 일본에 예속하려 했다. 그 일환으로 일제는 1905년 일본인 재정고문 메가타를 조선에 보내 화폐정리사업을 실시했으며, 결국 대한제국의 은행들은 일본 은행에 종속됐다.
하지만 대구 시민의 경제독립에 대한 열망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자는 담배를 끊고, 여자는 비녀와 가락지를 내면서까지 나랏빚을 갚으려 했다.
블록체인과 국채보상운동이 무슨 상관이냐 궁금해할 것이다. 필자는 블록체인시장의 모양새가 국채보상운동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즉 가상자산시장이 국채 시국이란 점이다. 이러한 시점에 대구시는 ABB산업 중 블록체인 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기술이 성숙하기도 전에 활활 불타 버린 시장 탓에 현재 시장 및 산업이 급격하게 침체됐다. 퍼블릭 블록체인 산업이 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 산업도 무수한 실험과 도전 그리고 사기와 기만이 만들어낸 '닷컴버블'이 꺼진 후에야 오늘날 플랫폼 산업과 같은 제대로 된 인터넷 산업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역사에서 새로운 기술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후 열광과 실망과 좌절의 단계를 거쳐 안정적인 궤도로 진입하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경로다.
대구시는 '탈(脫)중앙화'와 '개인의 콘텐츠 소유 및 개방'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 WEB 3(개방·분산·소유)를 이끌어갈 미래기술을 블록체인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블록체인 분야 산업과 인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 대시민 서비스로 대구통합ID서비스(다대구)와 D마일이라는 대구시 포인트 통합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하는 블록체인기술혁신센터 유치를 통해 블록체인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으로 활활 불타 버린 블록체인 시장을 산업 관점에서 재조명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2019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블록체인시장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대구시는 위기의 블록체인시장을 'Back to the basics'해 기술과 산업 관점에서 블록체인 활성화를 전개할 계획이다.
반가운 소식으로 이달 중 금융위원회에서 토큰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 발행 및 유통 규율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블록체인시장이 이제는 제도권에서 안전하게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ABB산업이 블록체인보상운동의 원년이기를 기대해 본다.
류동현 (대구시 AI블록체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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