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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
4차 산업혁명 기술 덕분에 우리 사회는 전 분야에 걸쳐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자율주행차·메타버스는 물론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까지 기술 성장세가 날로 눈부시다. 하지만 이런 최첨단 기술과 산업 발전 속도에 우리 정치는 발맞춰 뛰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무와 정쟁에 밀려 맥을 못 추며 뒤처지고 있는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자율주행차부터 살펴보자.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CES'는 오토쇼라고 불릴 정도로 모빌리티 기술이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모두가 주목하는 자율주행차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 기반은 고정밀 전자지도다. 3차원 입체지도 구축과 짝을 이루어 디지털 트윈을 완성해야 자율주행의 상용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필자가 지난 대선에서 강력하게 주장하여 국정과제 38번으로 선정될 수 있었지만, 관련 예산은 야당의 몽니 부리기로 결국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책정되고 말았다.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가상자산의 어머니'라는 애칭을 들을 정도로 수차례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가상자산에 관해 국회에서 처리된 것은 가상자산 과세를 2025년까지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이 전부다.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여전히 갖춰져 있지 않고, 관련 법안 처리 속도가 매우 더디다. 가상자산관련 조직·체제도 소식이 없다. 반도체 산업 역시 살펴보면, 세계 점유율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의 나라인 대만의 경우, 첨단 산업이 대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대만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R&D 혜택인 25%의 세액공제 법안을 입법 예고 반년 만에 초고속으로 통과시켰다. 처리 과정에서 여야 구분 없이 모두가 뜻을 모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국가대표산업이 반도체라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필자가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포럼 참석을 위해 베트남 출장을 가 있는 동안 우리나라에 세액공제 규모가 대폭 삭감된 반쪽짜리 반도체 특별법이 표결에 부쳐진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랴부랴 귀국길에 올라 반대표를 던졌지만, 이러한 발품이 무색하게도 법은 통과되고 말았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으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법안이 재상정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필자가 대표의원으로 있는 국회 ICT융합포럼에서 선제적으로 주장한 AI 100만 인재 양성 역시 3년이 되어가는 최근에서야 정부에서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출범해 인재 양성정책을 논의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필자가 늘 주장하지만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가졌고 분단국가이기까지 한 우리나라가 살길은 오직 기술뿐이다. 민생도 결국은 기술·산업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미래 유망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 그 자체인 것이다.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여당의 당 대표 선거로 연일 신문이 떠들썩하지만, 여전히 정책을 주도하는 전문가는 보이지 않고, 정쟁을 잘하고 방송 출연이 잦은 인지도 높은 인물만 가득하다. 정쟁의 덫에 갇힌 정치에는 미래가 없다. 소모적인 공방은 모두 뒤로 하고 생산적인 정책을 추진할 지도부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첩경이 될 것이다. 조명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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