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품 소장의 다른 의미

  • 구영웅 현대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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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4  |  수정 2023-02-14 07:54  |  발행일 2023-02-14 제14면

[문화산책] 작품 소장의 다른 의미
구영웅<현대미술가>

미술품을 소장한다는 것을 과시욕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술품을 통해 무엇을 자랑하려고 하냐는 것이다. 비싼 가격이 자랑이 될 수 있지만, 가지고 있던 작품의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한 경우 자신의 안목을 자랑할 수도 있다. 잘된 경우 사실 미술품의 수익률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그러면 어떤 작가의 작품이 소위 대박이 날까? 혹은 어떤 작가가 성공할까? 이 내용은 작가인 나에게도 연구 대상이다.

예술의 성공에서 작품의 질이나 내용은 쉽게 말하기 힘들다. 그래서 수치로 설명 가능한 조건들을 먼저 따져보자. 논리는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보여줄 만한 작품들이 많을수록 좋다. 왜냐하면 결국 미술가의 거대한 성공은 결국 의미 있고, 규모 있는 전시로 증명된다.

그러려면 최소 작품 수백 점, 많게는 수천 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와 그 작품들을 제작하고 보관할 만한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내용이 부동산까지 흘러가면서 벌써 쉬운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물론 성공을 이렇게 숫자로만 생각하면 금방 암울해진다. 더욱이 이미 성공한 예술가들을 추적해 보면 돈만 많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다. 엄청난 노력과 운, 거기에 재능까지 필요한 일이다. 이런 싹을 지닌 작가를 찾으면 대박 날 수 있다. 물론 말로는 참 쉽다.

작품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사실상 저런 숫자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참 지루하고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작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의지는 어쩌면 제일 중요한 재능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이 되지 않아 일면식 없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그림을 판매하는 경험을 했었다. 당시 나는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했었기 때문에 작품을 꾸준히 지속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왜 큰돈(적어도 나에게는)을 들여 왜 내 작품을 사는지 너무 궁금했다. '내 작품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 기분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다. 당시의 기억은 예술가로서 너무나 큰 행운이다. 누구나 삶의 롤러코스터는 어느 정도 있지만, 예술을 하고 싶었던 나의 굴곡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런데 내게는 당시의 기억이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사랑받았던 기억이다.

나는 주변에서 어떤 작품을 사야 하냐고 나에게 물으면 농담처럼 '그냥 복권을 사세요'라고 운을 띄운 뒤 복권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대학교 졸전이나 어린 작가들의 작품을 눈여겨 보세요. 혹시나 그 친구가 성공한다면 엄청난 영향을 주시는 거에요." 예술가에게 돈만큼 절실한 것이 있다면 인정이다.

사실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해당 예술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응원이다.구영웅<현대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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