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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시는 이번 전쟁에서 하도 포격을 많이 당해 거의 유령도시가 되어 있다. 이 도시는 드네프르강과 흑해를 끼고 있어 조선업이 발달한 데다 농산물집산지여서 전전에는 부유한 도시였다. 러시아가 작년 3월 이곳부터 점령하여 교육·금융·통신·방송 등 일체를 러시아식으로 바꾸고 이 지역의 병합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천신만고 끝에 작년 11월11일 이 도시를 수복하자 러시아군은 후퇴하면서 교통·통신·수도·방송시설을 파괴하여 이 도시는 현재 마비 상태다. 33만 총인구 중 늙고 병들고 가난한 10%만 남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수복 이후에도 1천800번 포격을 당해 7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군은 바로 강 너머에서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포로 때린다.
이 헤르손의 시장이 할리나 루호바(46)라는 여성이다. 원래 영어교사였으나 2015년에 시의원에 당선되고 시의회 서기가 되었는데 그 자리가 시에서는 서열 2위다. 작년 6월 전임시장이 납치되자 그녀가 시장에 보임되었다. 그녀도 수복 때 돌아와 온 시민과 함께 탈환의 기쁨을 나눴다. 그 뒤 그녀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지하벙커에서 국장회의를 주재하면서 방공시설 건설이 지지부진하다고 호통을 친다. 시가 빨리 정상을 찾도록 전기·교통·통신·수도 시설을 보수하려고 사투를 벌인다. 정맥주사를 맞아가며 방탄유리로 된 밴을 타고 시내 순찰을 나가면 러시아군은 어김없이 그녀를 추적하여 포격을 가한다. 앞뒤에서 터지는 포탄의 화약 냄새가 죽음의 냄새지만 월급 375달러를 받으며 사력을 다한다. 죽을 고비를 여섯 번 넘긴 그녀는 그 나라에서 가장 강인한 투혼의 상징이 되고 있다.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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