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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웅〈현대미술가〉 |
지난주 나는 작품 소장을 해당 예술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응원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는 전국적으로도 예술을 사랑하는 컬렉터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역 아트페어도 성황리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이나 여타 도시에서도 '큰손'으로 활약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수집품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작품보다는 들으면 쉽게 알만큼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대다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들을 다시 보수적인 컬렉터층과 신규 컬렉터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그런데 보수적인 컬렉터도 과거 미술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미 유명한 작품을 고집했을까? 사실 이 보수적인 컬렉터들과 함께 대가로 성장했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아주 모험적인 시도였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작품을 소장하는 또 다른 모험적인 시도를 제안한다.
먼저 자신의 집에 그림을 걸고 싶은 공간의 크기를 고려한다. 사실 너무 크지 않아도 된다. 큰 그림이 비싸면 작은 그림을 사서 액자를 이용해 확장되어 보이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스타일의 작품을 하는 작가를 찾는다. 사실 일반인에게 작가를 찾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 모험은 긴 시간을 가지고 실행해야만 할 것이다.
크기와 내용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는다면 실행하면 된다. 그러나 찰떡같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모험을 준비하면서 이 정도 단계가 되면 이미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라면 어느 정도 요구 가능한 선과 무리한 선을 파악해 보자. 물론 작가나 갤러리 관계자와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 모험의 중요성은 작품의 주체성을 작가만큼 컬렉터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컬렉터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사실 철저하게 시대를 반영하는 미술사의 흐름과 관련되어 있다. 모더니즘 시대의 미술은 작가중심주의라고 한다면 동시대 미술은 작품을 볼 줄 아는 감상자도 작가만큼 중요해졌다는 견해가 대세다. 단순히 시각적으로는 가치를 구분할 수 없는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해석이 중요해졌다는 것인데 그만큼 미술이 어려워지기도 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작품의 생산에 미리 관여하자는 것이다.
물론 실행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단기간에 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나 혹은 우리 가족만의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만약 당신이 후원한 그 작가가 훗날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다면 그림과 함께 당신도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가들도 처음에는 무명이었다.
구영웅
〈현대미술가〉

구영웅 현대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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