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후폭풍…직장인은 "글쎄요"

  • 이동현
  • |
  • 입력 2023-03-08 16:19  |  수정 2023-03-09 07:14  |  발행일 2023-03-08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에도 '현실성 없는 꽃동산' 비판
온라인서 '주69시간 근무표'도 등장
오전 9시부터 새벽1시까지 근무 후엔 주말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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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두고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은 현행 최대 52시간인 한 주 노동시간을 최대 69시간(주 6일 기준)까지 늘릴 수 있고 대신 장기 휴가를 활성화 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주 12시간으로 제한되던 연장 근로 시간을 월 52시간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일을 마치고 다음 근무일까지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벌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과로나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여·34·대구 북구)씨는 "소득 증가를 위해 초과 근무를 더 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국가 정책이라면 적게 일하고 잘 버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과로사나 산업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최대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장기 휴가 활성화 계획을 밝혔지만, 직장인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꽃동산"이라고 비판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저축한 연장 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신예지(여·24·대구 서구)씨는 "69시간 근무시키는 직장에서 장기휴가를 보내줄까 싶다. 연차도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며 "워라밸이 좋다는 공공기관 직원 중에도 초과근무 수당 기준을 넘어서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씨는 "장기휴가를 다녀온다고 했을 때 강제성이 없는 이상 보내줄 회사도 없을뿐더러, 다녀왔을 때 자리가 남아있겠나"라며 장기휴가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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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등장한 '주69시간제 근무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용노동부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연차 소진율은 2021년 기준 58.7%로 2020년 63.3%, 2019년 75.3%에 비해 감소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주어진 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에서는 새벽까지 근무한 후 주말에 기절하는 '69시간 근무표'까지 등장했다. 69시간 근무를 가정해 직장인의 일과를 표현한 시간표는 과로로 인해 '기절한 듯' 잠만 자게 될 것이라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1천915시간으로 OECD 평균 근로시간(1천716시간)보다 200시간 가까이 더 일한다"이라며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40시간 밑으로 일하면서 근로 효율이 높은 유럽을 따라가지는 못할망정 더욱 후퇴시키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지난 7일 논평을 내고 "단기간 집중 장시간 근로를 실체적·절차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방책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이번 개편 방안을 '장시간 근로제'의 추진으로 규정하며, 사용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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