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갈지자' 인사, 원인은 안일한 인사 행정과 공직사회 관행

  • 손병현
  • |
  • 입력 2023-03-10 15:57  |  수정 2023-03-10 16:03  |  발행일 2023-03-10
영주시 갈지자 인사, 원인은 안일한 인사 행정과 공직사회 관행
영주시청 전경. <영주시 제공>

경북 영주시의 '갈지자' 인사 논란(영남일보 9일자 9면보도)이 인사 관련 부서의 안일한 인사 행정과 공직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관행 때문으로 드러났다.

영주시 인사 부서에선 당초 '서기관'(4급) 승진 예정자 4명에 대한 직렬 배정을 행정 2명, 기술 1명, 간호 1명으로 의결했지만, 결국 최종 인사에선 행정 1명이 누락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보다 앞서 해당 부서에선 동명이인을 착각해 한 사람을 두 개 부서에 발령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는 등 인사부서의 안일한 행정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공무원 사이에선 인사 담당 부서가 진급 잔치와 근평 잔치를 벌였다는 주장과 함께 무능력함과 갑질에도 '근평 관리'로 진급만 챙겼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자 영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에선 이 같은 시의 전횡적 인사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인사라인에 대한 강력한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서기관 직무대리로 발령받은 공무원 A씨가 한 차례 전보 인사 후 두 달 만에 또다시 사무관(5급)으로 발령받은 배경에 공직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공로연수제' 관행이 작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로연수제는 정년퇴직을 6개월~1년 남겨둔 공무원에게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1993년 도입됐다. 공로연수자가 1명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승진 요인이 발생하게 돼 인사 적체 해소에 도움이 된다. 공로연수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에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사무관 승진이 가장 빨랐던 A씨는 다면평가에서 개인 사정상 공로연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직장협의회 측에선 인사 적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인사 부서에선 이를 받아들여 A씨의 서기관 승진을 보류한 뒤 A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만 승진을 의결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조건부 승진을 거부한 A씨만 승진에서 누락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시한 '기초단체 부단체장 자체 임명'의 도입이 이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인사 적체까지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초단체가 자체 부단체장을 임명하기 위해선 서기관 2년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이 지사는 "시장·군수와 협의해서 도청 간부를 부단체장으로 보내 달라고 하면 인사를 내고 그렇지 않고 시·군 자체적으로 임명하겠다고 하면 이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공무원은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들이 대거 퇴직한 후 현재의 인사 적체는 그때와 비교했을 때보단 상황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관행 때문에 실력과 능력을 갖춘 인재가 조건부 승진 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공로연수를 떠나면 지역 발전이나 모든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지난해 7월 박남서 영주시장은 취임사에서 "열정과 성실성, 능력과 실력을 갖춘 직원을 우대하겠다"며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손병현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