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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전경. 영남일보DB |
해외선물 투자 브로커들의 청탁을 받고 구속영장 신청을 고의로 늦추거나 수사 정보를 흘린 고위급 경찰 간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오랜 세월 경찰 간부들과 친분을 쌓아 온 사건 브로커가 사실상 수사를 좌지우지하다 덜미를 잡힌 사건이다.
대구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우)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구경찰청 소속 A(47)총경과 B(48)경정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금품수수 혐의로 같은 경찰청 소속 C(40) 경위를 구속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총경과 B경정은 지난해 7월 평소 친분이 두터운 브로커 D(69)씨로부터 '구속영장 신청을 일주일 연기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부하 직원들에게 수사기록을 자신의 사무실로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일주일 간 보관하는 방식으로 영장 신청을 연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대구경찰청 사이버테러팀은 해외선물 투자사이트 프로그래머에 대한 수사를 벌여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B경정은 지난해 9월 수사팀이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가 보완 요구를 받은 사이 D씨로부터 '강제수사를 하지 말아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을 미뤘다. 결국 그 사이 투자사이트 운영자는 사무실을 비웠고 압수수색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또한 B씨는 D씨에게 포렌식 내용과 공범 진술 내용도 누설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제때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범죄사실 일부를 수정하면 되는 사항이라 (보완에) 시간이 많이 드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시간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C경위는 지난해 10월 대구 한 유흥주점에서 동료 경찰관과 술을 마시고 수사 기밀을 파악해 브로커 E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대가로 총 5차례에 걸쳐 928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고, 7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2개를 선물 받기도 했다. 검찰이 C경위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통상적인 경찰관의 월급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워 보이는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 30여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 고위 간부들과 친분이 두터워 일명 'D회장'이라고 불리는 D씨는 변호사와 가까운 대구지법 영장판사의 영장심사 기간에 맞추기 위해 이 같은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30여 년간 대구경북지역 경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찰 간부들과 친분을 쌓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이를 바탕으로 B경정에게 총경 승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처럼 접근했다. D씨를 비롯한 사건 브로커 2명은 알선수재,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앞서 구속기소된 상태다.
대구지검은 "C경위의 추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며 "경찰 수사 사건에서 은폐되는 범죄가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향후에도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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