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 전설 용화온천, 괴산 주민 반대로 개발 중단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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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3  |  수정 2023-05-03 07:49  |  발행일 2023-05-03 제10면
세조 전설 용화온천, 괴산 주민 반대로 개발 중단
개발이 중단된 용화온천. 온천수를 뽑아 올리기 위해 박아 놓은 큰 파이프는 막혀 있고 밑에서 작은 파이프를 통해 더운 물이 솟아 나오고 있다.<독자 제공>

"세조의 꿈에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가 나타나 세조를 꾸짖으며 침을 뱉았다. 그 침이 닿은 곳에 종기가 생겨 온 몸에 퍼졌다. 세조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충북 보은 법주사에 머물면서 좋다는 약은 다 써 보았으나 효험이 없었다. 어느 날 속리산 길을 가던 중 매우 낯익은 여인을 보았다. 자신이 단종을 죽인 것에 대해 도가 넘게 비난하여 죽이라고 명령했던 딸이었다. 도망가는 딸을 뒤쫓다가 더운 물이 솟는 곳에 도착하게 됐는데, 여러 날 그 물로 몸을 씻고 마신 후에 고질 병이던 피부병이 나았다. 세조는 딸을 쫓아가다가 칡넝쿨에 걸려 넘어졌으며, 딸은 무사히 도망가 입석대(속리산 천왕봉과 문장대 사이의 대)에 도착하여 살았다. 칡넝쿨에 넘어진 세조는 화가 나 속리산에 있는 칡을 모두 없애라고 명령했다."

이규만 화북면 유도회장이 구전으로 전해 들었다는 용화온천 관련 전설이다. 이 회장은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금도 속리산에는 칡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용화온천에 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을 수 있다. 세종 24년(1529년) 2월 편에 '경상도 관찰사에 지시하기를 "지금 김장수라고 하는 자가 고하기를 상주 용화리에 온정이 있다"고 하니 이를 찾아 보도록 하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용화온천이 1528년 이전에 발견됐을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나병환자들이 몰려들자 주민들에 의해 폐쇄됐던 용화온천은 1980년 다시 발견됐다. 수온 25~28℃로 온천수의 조건을 갖춘 데다 유황성분과 라듐질이 포함돼 신경통·위장병·피부병·비만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리산 북동부 줄기인 묘봉과 비로봉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관광명승지가 될 곳으로 꼽힌다.

1985년 온천지구로 지정되고 본격적인 개발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웃 충북 괴산지역 주민들이 식수원 오염 등을 이유로 온천개발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요한 방해로 공사가 중단됐다.

지금도 따뜻한 온천물은 샘솟고 있으나 개발이 막힌 채 방치돼 있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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