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다양성 수용 통해 성장을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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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  수정 2023-05-31 07:03  |  발행일 2023-05-31 제26면
佛레블뢰·美선수 대표 합류

귀화·혼혈 선수 '상전벽해'

스포츠선 다양성 성공 속출

이슬람사원은 문화 충돌

다양성 조화 성장 동력으로

[동대구로에서] 다양성 수용 통해 성장을
홍석천 (체육주간부장 겸 NFT 팀장)

#1. 올 초 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팀 명단에 색다른 이름이 올랐다. 세인트루이스 내야수 토미 에드먼은 한국대표팀에, 외야수 라스 눗바는 일본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둘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다. 에드먼은 어머니가 한국계고, 눗바는 어머니가 일본계다.

#2. 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을 차지한 대회는 1998년과 2018년 두 번이다. 1998년 월드컵에서 레블뢰(프랑스 축구 대표팀)를 이끈 에이스는 알제리계 이민 2세대인 지네딘 지단이었다. 2018년 대회에서는 카메룬 출신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를 둔 파리 교외 출생의 음바페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사회 분야에서 이른바 순혈주의가 가장 강조되는 곳 중 하나가 스포츠다. 월드컵이나 WBC 등 국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해 뛰고 자국민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기에 스포츠와 애국심은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순혈주의는 특히 엄격하게 유지돼 왔다. 유도 출신의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일교포 4세였지만 순혈주의라는 체육계의 고질 속에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하면서 2001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추성훈은 이듬해 열린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일장기를 달고 우승을 차지하는 '복수'를 완성한다.

이처럼 순혈주의는 한국 스포츠계를 강하게 지배한 이데올로기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스포츠도 변하고 있다. 농구 대표팀을 보면 이승준·이동준 형제, 전태풍, 문태종·문태영 형제 등이 혼혈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맹활약을 한 바 있다. 문태종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선수들의 귀화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TTF(국제탁구연맹)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전지희는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추성훈 선수와 같은 씁쓸한 사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시선을 우리가 사는 대구로 돌려보자.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위명을 떨치고 있는 대구는 현재 다양성에 대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논란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법정 다툼으로 시작된 이슬람사원 사태는 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된 현재까지 주민들의 반대는 지속되고 있다. 공사장에서 이슬람교 금기사항인 돼지고기를 먹거나 돼지머리와 족발을 놓는 과격한 행동까지 등장했다.

이른바 문화 상대성에 대한 반발로 인해 대구의 다양성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다행히 누구도 섣불리 중재에 나서지 못하던 시점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던진 '포용'의 메시지가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홍 시장은 "세계 속의 대구로 나아가려면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모든 종교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다양성에 대한 성장통이 프랑스의 레블뢰처럼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제2의 추성훈 사태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홍석천 (체육주간부장 겸 NFT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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