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유엔총회서 러북 비판하고 韓기여 강조…'대한민국' 언급 눈길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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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2  |  수정 2023-09-21 16:03  |  발행일 2023-09-22 제4면
尹, 유엔총회서 러북 비판하고 韓기여 강조…대한민국 언급 눈길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유엔총회서 러북 비판하고 韓기여 강조…대한민국 언급 눈길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한 경고 및 글로벌 격차에 대한 한국의 기여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됐던 '북·러'가 아닌 '러시아-북한' 순으로 지칭한 것은 전임 정부와 달리 '달라진 외교 방향'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정조준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 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재차 비판한 것이다.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대한민국(20번)', '디지털(15번)'이었다. 이는 글로벌 격차로 대표되는 국제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이른바 '책임 외교'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게 기여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지난해 연설에선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와 협력에 방점을 찍으며 '자유'만 21차례나 언급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격차는 곧 경제 격차"라며 "대한민국이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엑스포'와 '세계'를 14번 언급하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한 지지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를 다하기 위해 엑스포를 개최하고자 한다"며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인 부산에서 엑스포를 개최함으로써 세계 시민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자유를 확장해 나가는 연대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통상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서는 두 국가를 '북한-러시아'(북러) 순서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표현에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겠는데 순서 자체를 특정해서 의식적으로 말씀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대통령에게 이유를 여쭤보지 않았지만 민족 공조라 해서 북한이 어떤 짓을 하든 앞자리에 불러줘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양국가의 지칭 순서를 의도적으로 정한 것은 아닐지라도 현 정부 외교 기조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이날 연설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거래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대목이 포함돼 양국의 대표부가 어떤 반응을 보였으나 북한 대표부는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었다. 러시아는 3명이 참석해 윤 대통령의 연설을 청취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설문에 중국 언급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국 편의를 봐주거나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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