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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친인척들의 잔소리가 이어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잔소리 스트레스 지수를 가격 등급으로 매긴 '잔소리 메뉴판'까지 등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명절마다 친인척들에게 성적, 취업, 결혼 등 관한 잔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온라인상에는 잔소리 스트레스 지수를 가격 등급으로 나타낸 '잔소리 메뉴판'이 등장했다. 잔소리 가격은 3만 원에서부터 600만 원까지 다양하다. 비싼 메뉴일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잔소리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직장인, 부부, 외모 등 카테고리별로 나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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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명절 잔소리 메뉴판'. 인터넷 캡처 |
'중·고등학생'의 경우 성적·입시와 관련된 말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1위는 '우리 딸은 전교 1등인데…'다. 20만 원짜리다. 2위는 15만 원 '어느 대학 갈 거니'다. 3위는 '반에서 몇 등?' '이번 9월 모평 몇 등급?'로 10만 원이다. 고등학교 조모(18)군은 "명절마다 성적이나 대학 진학에 관한 질문이 들어온다"면서 "매번 격려보다는 사촌들과 비교하는 말로 끝나 스트레스다"고 했다.
'대학생·취준생'의 1위는 30만 원인 '눈 좀 낮춰봐~'다. 2위는 '그 과 취업 잘되니?'(25만원), 3위는 '언제까지 그렇게 놀 거니?' '차라리 기술을 배워놔'로 각 20만 원이다. 취준생 김모(여·24)씨는 "지난 명절에도 '눈을 낮춰라' '요즘 취직이 어려운 건 젊은 사람들 눈이 높기 때문이다' 등의 잔소리를 들었다"면서 "취업에 대해선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잔소리를 들으면 힘이 빠진다. 훈수보다는 조용한 응원이 매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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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명절 잔소리 메뉴판'. 인터넷 캡처 |
'직장인'의 초고가인 잔소리는 '너 아직도 코인 하니?'로 600만 원이다. 2위는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로 70만 원이다. 이어 결혼을 강요하는 '결혼 슬슬 해야지'가 50만 원으로 3위에 올랐다.
부부의 경우 출산·자식 관련 잔소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1위는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지' '딸이 있어야 안 외롭지'가 55만 원을 형성했다. 2위는 '셋째는?'(50만 원), 3위는 '둘째는? 외동은 외롭대'(40만 원)다. 윤모(여·36)씨는 "명절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자식 계획 관련이다 "면서 "단순히 궁금해서 질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출산 압박으로 다가와 부담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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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명절 잔소리 메뉴판'. 인터넷 캡처 |
전 연령대에 해당하는 잔소리 메뉴판도 있다. '외모' 관련이다. 1위는 500만 원으로 '머리가 좀 휑해졌다'가 차지했다. 2위는 25만 원인 '좀 꾸미고 다녀봐'다. 3위의 경우 '살 빼면 예쁘겠네~'로 20만 원이다. 직장인 유모(여·30)씨는 "오랜만에 만나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살이 많이 쪘다면서 말하는 친척들이 있다"면서 "특히 밥 먹을 때 '그만 먹고 살 빼는 게 어때'라고 말하는 건 정말 실례다"고 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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