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2024 주말적 허용 - 정치, 그 쓸쓸함에 대하여<2> 누구 편인지가 중요한 정치판…진영논리 안에선 논리도 무색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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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9  |  수정 2024-01-23 08:55  |  발행일 2024-01-19 제12면
'정치'란 단어 부정적 의미로 주로 사용
사내정치는 업무실력보다 눈치 더 중요
지지자들 팬덤정치도 정상적 사고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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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장수현기자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꽤 유명한 노래에 나오는 가사다. 도무지 잘 설명과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앞에서 우리는 외로운 감정을 느끼곤 한다.

개인적으로 '사랑'보다 사람을 더 쓸쓸하게 만드는 것은 '정치'인 것 같다. 인간의 존엄과 희망을 위해 존재해야 할 정치가 얼마나 변질이 됐나. 시끌벅적한 선거판을 보며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치는 다시 제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정치를 통해 정치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본다.

◆정치·정략이 세상에 미친 부정적 영향들

정치할 힘, 즉 권력을 잡기 위해 애쓰는 선거 시즌이 되면 자연스레 '정치란 무엇인가'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치란 대체 무엇인가. 정치는 국가와 정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 있다. 그것도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정치판에 흔한 '내 편, 네 편' 문화와 '권모술수'는 사회 속에서 여러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내 정치'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피곤한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사내 정치'라고 답할 것이다. 몇 해 전 기업정보 공유 사이트인 잡플래닛이 직장인 2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39.1%가 "사내 정치와 파벌이 매우 많다"고 답했고, 44.2%는 "일부 있다"고 답했다.

지난 14일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33)씨는 "정도가 다를 뿐이지 사내 정치가 없는 나라, 지역, 기업이 없을 것이다. 사내 정치는 주로 뒤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보니, 회사 안팎에서 정치를 잘해야 업계에서 인정 받는 구조"라며 "특히 업무 평가가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가 많이 작용하는 직종의 경우 사내 정치로 인한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역의 한 기업에 다니는 20대 직장인은 "회사 일부 선배들이 '정치를 잘해야 직장에서 살아 남는다, 정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저 내 일만 열심히 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은데 그게 힘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공론의 장을 축소시키기도 한다. 세상은 단순하지가 않고, 특정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논의와 존중, 조율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진영논리' 앞에서는 그 과정이 무색해진다. 자기 진영에서 내세우는 답만 있을 뿐, 중간은 없다. 정치권에서 파생된 진영논리는 어느새 우리 사회 속 건강한 공론의 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천200명을 대상으로 '세대별 정치 성향 및 정치 참여'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과도한 팬덤 정치가 자칫 사회 구성원 간의 편 가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응답이 79.8%(동의율)에 달했고,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게 비난할 수 있다는 우려도 76.3%로 높은 편이었다.

"인생에 대한 물음, 진실에 대한 물음은 가도 가도 끝이 없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끝이 없게 그 물음에 매달리는데 '모른다'라는 그 말만이 확실한 것 같아요."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가 잡지사와의 대담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어느 작가의 '직설'

일본 작가 마루아먀 겐지가 쓴 짧은 글을 모은 책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바다출판사)에는 정치와 정치인을 향한 노(老)작가의 직설이 담겨 있다. 다소 거칠기는 하나 정곡을 꿰뚫는 듯한 느낌도 받게 한다. 나라와 시대를 뛰어넘어서 말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시스템에 길들여져 자신의 안위나 평판만 중시하는 사람들은 절대 하지 못할 말이다. "해가 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냉철한 눈으로 세상을 주시할 수 있게 됐다"는 작가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남긴 몇 개의 문장을 소개한다.

"나는 무용지물이 아닐까. 가족도 사회도 국가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아닐까. 이런 소외감에 시달릴 때, 쉽게 구원해줄 것 같은 감언으로 접근해오는 정치 단체를 주의하라. 그들은 쇠약해진 영혼을 먹고 사는 하이에나다."(겐지)

특정 정치 단체, 정치인에 대한 호감과 지지를 넘어 갈수록 과격해지는 지지 행위와 이를 이용하는 정치판에 대한 일갈 같다. 선거 때만 되면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로 나눠 선택적 구원을 들먹이는 일부의 모습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정치인은 어째서 자신이 감당하지도 못할 일에 덤벼들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중대한 사명을 완수할 능력이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왜 모르는 것일까."(겐지)

물론 모든 정치인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 객관화가 안되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 한 말일 것이다. 열혈 지지자들은 신격화할지 몰라도 정치인들 역시 부족함이 많은 한 인간일 뿐이다. 그걸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후자 쪽이 더 많다는 게 문제. 그게 우리 정치판의 비극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것은 정치인 제 스스로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 정치·사회 환경의 문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정치인이 아니었을 땐 똑똑해 보였던 사람들도 하나의 집단(정당) 속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사고가 마비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위정자에게는 이 나라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결여돼 있다. 그저 추상적이고, 즉흥적이고, 변덕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계획을 제시할 뿐이다. 명확한 계획이나 현실에 입각한 설계도도 없이 그때그때의 분위기를 즐길 뿐이다."(겐지)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인들의 선심성 예산, 쪽지예산을 볼 때면 드는 생각이다. 어떤 쪽지예산은 그나마 지역구 전반을 위해 쓰이는 것도 아니다. 정치는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고 감정을 자극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민의 세금이 모인 예산은 정의롭고 공정하게 쓰이기 어렵다. 현재 정치 시스템의 큰 폐단 중 하나다. 시스템을 새로 고치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노진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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