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2024 주말적 허용 - 정치, 그 쓸쓸함에 대해…정말…뽑아도 될까?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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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9 07:51  |  수정 2024-01-19 08:49  |  발행일 2024-01-19 제11면

얼마 전 대구 시내를 걷다가 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해 놓은 알림판을 발견했습니다. 선거 시즌이다 보니 그 알림판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림판에는 양쪽으로 선거와 관련된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한쪽에는 '내가 만드는 대한민국, 투표로 시작됩니다'라는 문구가, 또 다른 쪽에는 '정치인 기부행위, 언제나 제한·금지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알림판이 서 있는 위치가 의미심장했습니다. 인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큰 병원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환자와 보호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새 삶을 얻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그곳에서 삶을 마감할 것입니다. 새해부터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선거는, 정치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다가온 선거시즌 정치인 가장 바빠지는 때
별별 공약 난무·공천 후 집안싸움 불보듯
불공정·편가르기 정치 폐단 그대로인 채
표심 잡기 위해 선거판만 달아올라 씁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선거'의 뜻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일정한 조직이나 집단이 대표자나 임원을 뽑는 일 혹은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임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일."

'정치'에 대해선 이렇게 정의합니다.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함."

물론, 우리가 흔히 '정치적'이라고 할 때 정치의 뜻은 저런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겠지만, 어쨌든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선거와 정치는 서로가 서로의 구성요건인,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들입니다.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바로 선거일 테지요. 그래서인지 정치, 그리고 정치인들이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기가 선거를 앞둔 바로 이때입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오는 4월10일 치러집니다. 여기저기서 선거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연이어 치러졌고, 각종 선거용 문자메시지나 여론조사 전화 등도 귀찮을 정도로 옵니다. 뉴스에서는 정치인들이 나와 탈당을 하거나 신당을 만들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고, 미디어에서 판세를 분석하는 목소리도 잇따릅니다.

본격적인 '공천' 전후로는 어느 정당이든 어마어마한 집안 싸움이 벌어지겠지요. 대체 그 자리가 뭐길래, 공천 앞에서는 체면이고 무엇이고 없는가 봅니다.

선거의 목적은 곧 많은 표(票)를 얻어 이기는 것. 선거의 속성을 아는 일부 집단은 그 기회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후보자에게 어필하겠지요. 그 요구사항 중에는 정치를 통해 꼭 해결이 필요한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겁니다. 열심히 살았으나 사회의 숨은 부조리에 고통받는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정치의 힘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가려지곤 합니다.

국회 입성이 꿈인 예비후보들은 지역구별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표심을 잡기 위한 별별 희한한 공약들이 등장해 큰 웃음을 안길 것입니다.

오래전에도, 최근에도, 또 대통령 선거 때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도 모습은 비슷비슷했습니다. 우린 매번 그 풍경들을 봐왔습니다. 선거 모습은 정치판에서 하나의 '클리셰'(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목과 배우들만 바뀐 진부한 드라마 같습니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 그리고 정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저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가 느끼는 선거와 정치는 '짧은 희망, 그리고 긴 실망'입니다. 개인적으로 집단지성과 세상의 긍정적 변화·발전을 믿습니다. 국민의 상식과 판단력은 언론의 그것보다 뛰어나다고 봅니다. 다만, 정치 환경의 변화와 발전은 유난히 그 속도가 느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불공정과 편가르기, 줄 서기 등 정치의 나쁜 면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남긴 폐단이 너무 큽니다. 작금의 정치는 인간을 참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선거를 하는 이유와 의미는 퇴색될 것입니다. 선거판이 달아오르는 이때, 새삼 정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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